기나긴 이별
2007 3. 12
책방에 들러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샀다.그리고 필립 말로우와 테리 레녹스가 슬슬 말을 트기 시작한 39 페이지까지 읽은 지금,
나는 진작에, 그것도 아주 진작에 읽었어야 마땅했을 대단한 작품을 읽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허나 동시에, 이 흥분 못지않은 이별의 예감 또한 강력하게 느낀다.
왜냐.
이 책은 내일 일주일간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산 책이거든.
그래 맞다.
물론 그냥 한 권 더 사버리면 되긴 한다.
허나, 그렇게 간단히 털어버리기엔 세 가지 '이별'의 조합은 너무도 절묘하지 않은가 말이다.
모름지기 이별의 길이란, 시간이 아닌 상태의 문제다.
그리하여,
이번 일주일 간의 이별은 대체 얼마나 기나긴 이별이 될 것인지,
지금의 나로선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
p.s. 지난번 퀴즈의 답을 알려달라고 요청하신 분들이 많아 올려드립니다. 물론 여러분께서 주신 답들도 매우 기발하고도 훌륭한 것이었으나, 제가 생각했던 답과는 좀 거리가 있었습니다.
문제의 답은 '직선 , 직선+곡선 , 곡선'의 반복입니다.
허탈하신가요.
글쎄, 그렇다고 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