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TV에서 '자장면'이라는 단어가 들려오고 있다.
본 기자의 자증의 한계를 자증스럽게 건드려 온 이 기상천외한 단어의 횡행에 대해 그 연유와 영문을
살핀 결과,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최종 수집되었다.
1. 짜장의 중국 발음은 '자장'에 가깝기 때문에, 표준
외래어 표기법에 의거, '자장면'이 맞다
2. 우리나라 말이 된소리화 되어가기 때문에, 국어 순화의
차원에서 '자장면'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대한 본지는 공식입장은 물론,
니뿡이다.
일단 2번 주장. 이 주장에 따르면, 짜장면의 원래 발음은 자장면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짜장면화되어서,
이걸 원래대로 바로 잡아야한다는 거다. 그럼 60세 이상의 어르신들께서는 최소한 '자장면'이라는 말을
들어보시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최소한 본 기자 주변의 어르신들 중에서 그런 단어를 들어보기라도 했던
분은 전무하다. 혹 주변에서 그런 분을 발견하시게 되면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즉각 신고해주...실
필요는 엄꼬, 그냥 본지에 즉각 제보 넣어주시라.
2번보다 훨 그럴듯한 주장은 1번 주장인데, 이 주장인즉슨 짜장에 해당되는 중국어 炸醬의 중국 발음이
[zhajiang]이라 '자장'이라는 발음이 맞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 또한, 언어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부분은 싸그리몽창 무시한 채, 기술적인 부분만을 기계적으로 고려한 조또 조잡한 이론에 다름
아니다.
짜장면은 "베이징, 톈진 방면에서 널리 만들어져 온 차오장면"의 후예 따위가 아니다.
별다른 메뉴선택의 번민없이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볍게 한 그릇 땡길 수 있으면서도,
안인스턴트 음식계와 인스턴트 음식계의 경계 최전선에서 라면과 첨예한 대치를 하며 안인스턴트 음식계를
사수하고 있는 우리나라 서민 외식문화 최후의 보루임과 동시에,
철가방으로
대표되는 물류문화 수호의 첨병이 있도록 한 배후세력,
바로 그것이 짜장면이다.
우리나라가 광복 6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의 환갑잔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각종 버라이어티 행사와 각종 특집방송이 줄줄이 사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광복절 역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한독립 만세'에 딸려오는 것은, 항상 일본이었다. 그리고 일본뿐이었다.
물론 우리 밖의 일본 군국주의와 우리 내부의 일본 제국주의는 극복과 청산의 대상인 건, 씨바, 말해
무엇하겠는가.
버뜨 그러나, 우리의 극복과 청산의 대상을 일본에만 국한시키는 건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건
우리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일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가 극복하고 청산해야 할 대상은 일본뿐이 아니다. 일본의 제국주의만큼이나 우리의 '독립'을 위협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낮추고, 주눅들게 하고, 눈치보도록 만드는 컴플렉스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님을 형님이라 부르지 못하고,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지 못하며,
스스로 호부호형을 허하지 않는 우리 안의 컴플렉스야말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오로지 중국 오리지날 발음에 가깝다는 이유로, 아나운서들의 방송용 이외에는 어디에서도 쓰인 적 없고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 '자장면'이라는 발음이 맞다고 우겨대도록 하는 그 컴플렉스.
그것은
평소엔 신경도 안쓰던 영화가 어디 좀 유명한 국제 영화제에서 상이라도 타오면 일단 쌍수들어 지들도
알아먹기 힘든 그 예술성 찬양 한 번 때려주는 재래식 언론들의 꼴깝,
외국 손님들이 행여 그 비위생성에 눈살이라도 찌푸리실까 저어되어 십여년이 넘게 명물로 자리잡아 온
떡볶이 거리를 밀어버린 뒤 어설픈 공원 아닌 공원을 급조해놓는 공무원들의 삽질,
영어를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닌, 그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까지격상시켜 머리 조아려 모셔마지
않는 대기업들의 뻘짓,
그 모든 것들을 관통한다.
원래 출신이 중국이건 어쨌건, 炸醬의 중국 발음이 자장이건 나발이건,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를 수 있는 자신감.
이 자신감의 복구야말로, '광복 60주년'을 맞은 우리에게 주어진 또다른 숙제다.
- 편집국장
한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