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창간 이래 본지는 빨간내복,
다라이
등 멸종위기에 처한 생활 밀착형 아이템들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이들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수호키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왔다.
그 결과 본지는, 기득권층의 치부의 수단이었던 '3백 식품'에 맞서는 서민들만의 저항적 아이템인 '3紅
제품(뻘겅내복, 다라이, 이태리 타올)'의 존재를 알리고, 그 위상을 새로이 정립해내는 획기적 성과를
거두었던 바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허나, 민족정론질에 임하여 도무지 그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본지가 이러한 소소한 성과에 안주할리는
만무한 것, 작금과 같은 납량특집의 계절에 본지는 폭포수와도 같은 육수 흩뿌리며, 또다시 갈 길을 재촉한다.
100원짜리 주화 덜렁 하나에만 의존, 신규 계좌 개설 고객을 빙자한 채, 은행로비에서 거의 노숙을
방불케하는 개김 행위를 일삼던 중, 마침내 안락감에 지나치게 심취한 나머지 소파 옆에 비치된 여성지의
'사랑의 비너스' 광고 페이지를 은밀히 절취, 밀반출하려다가 수위 아저씨에게 적발되어 뒤지게 맞아본
소시적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듯, 에어콘은 결코 간단하게 일반인들의 접근을
허용치 않았던 높은 진입 장벽을 지닌 제도였다.
그렇다.
과거 에어콘은, 여유 유동자금을 확보한 일부 계층의 출입만을 許하는 은행 · 백화점 · 관광버스 등의
특수 지역에만 분포됨으로써, 계층간 위화감을 심화시켰던 독소적 시설물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그 태생부터 反 사회통합적 성격을 지니고 있던 에어콘...
그러한 에어콘에 의존치 않은채 하절기의 끈적늰질늰질함을 극복해야했던 서민들을 지켜낸 것은, 에어콘과
거대한 대척점을 이루며 묵묵하고도 저렴하게 여름을 냉각시켜주었던 기린아, 바로 '등목'이라는
제도였다.
일부 지역에서 '등물'이라는 용어로도 불리우고 있는 이 등목은, 다들 아시다시피 상반신에 다량의 물을
빠른 유속으로 도포하여 급속 냉각효과와 순간 각성효과를 동시에 도모하는 국소 인체 냉각법으로서, 3홍
제품의 하나인 다라이와 그 자매품인 바가지를 핵심 도구로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계로부터 그 정통성을
인정 받아 왔다.
또한 등목은, 하반신을 제외한 상반신에만 찬물을 도포함으로써, 지금까지 일반 찬물 목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자쥐 부위의 급격한 온도강하와 그에 따른 포피의 과도한 수축으로 야기되는 고환
압착 파열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남근 친화적 냉각 기법의 면모 또한 갖추고 있어, 오랜 세월 동안
남성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왔다.
특히, 더위로 인하여 기립력이 급속히 감퇴하기 쉬운 하절기의 기후적 특성으로 미루어 볼 때, 자칫
자쥐 부위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파손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등목의 장점은 더욱 그 빛을 발한다.
게다가 등목은 일반 목욕과는 달리 상반신만을 노출시키는 절제된 비주얼을 보여줌으로써, 보다 세련되고
농밀한 에로美를 자아내게 하는 미학적 장점 또한 보유하고 있다.
특히, 피(彼)등목인이 등짝과 궁디간의 충분한 고도차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나, 물이 도포되는 위치가
지나치게 궁디쪽으로 근접한 경우, 물줄기가 본의아니게 똥꼬 협곡을 타고 괄약근까지 신속하게 흐름으로써
본의아닌 쾌감을 유도, 의지력만으로는 억제키 어려운 단말마의 신음소리('아흥흥응응....', '응야아알...'
등)를 본의아니게 자아내게 하는 등목만의 특장점은, 본의아니게 에로적 감흥을 상승시켜주고 있다.
이러한 親에로적 특성으로 인해, 등목은 날로 심각해져만 가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으로서
급부상하고 있다.
등목의 장점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팔과 다리를 지면에 고정시킨 채 물을 뒤집어 쓰는 등목의 특성상, 彼등목인은 등목 공정 내내 '찬물
천천히 약올리면서 붓기', '겨드랑이 간지럼 태우기', '하반신까지 냅다 물 부어버리기', '등 안닦아주고
그대로 튀어 버리기' 등의 만행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된다. 만일 彼등목인이 등목 도중 벌떡 일어서버리는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등목 시행자가 저지를지도 모를 이러한 만행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 것이다.
따라서, 등목 관계의 성립은 등목 당사자들 간의 절대적인 신뢰를 전제로 하게 되는 바, 등목은 그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도를 가늠케하는 가장 확실한 시금석이 ,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되어왔다.
"지난 IMF 사태 당시 정부가 등목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주목하고 이를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더라면, 국가 경제를 파탄 일보직전까지 몰아넣은 카드 대란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사회적 신용 강화 프로그램으로서의 등목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나아가 일부 전문가들은 "평소 일상생활에서 등목이 빈번하게 행해짐으로써 국민들의 신용관이
확고하게 정착되어 있었다면,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해 충분한 저항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어, 우리에게 등목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이렇듯, 아무도 몰랐겠지만, 각종 중차대한 역할들을 두루 수행해내며 우리의
삶을 지탱해왔던 등목...
허나,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기료에 비해 저렴한 비용'이나, '오가는 등목 속에 싹트는 가족애' 등 협소하고 판에 박힌 문구만을
되뇌이는 학계의 안이함과, 그를 맹목적으로 수용해 온 세간의 무관심은, 등목이 가진 풍부한 가치를 역사의
어두운 뒷골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등목이 남긴 그 거대한 공백은, 에어콘으로 하여금 영등포
월드컵 캬바레부터 서부역 앞 길벗 여인숙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나와바리를 잠식케 하는 독과점의 빌미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 기계구입 비용과 막대한 전기료를 지급할 능력이 있는 계층만에게 허용되는 시설물인
에어콘의 드넓은 확산은, 에어콘 보유자와 안보유자 사이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안그래도 더워
죽는 와중에 강력한 열풍까지 방출하는 에어콘 실외기의 존재는, 에어컨 바람으로부터 소외된 자들을 씨바소리
절로 나는 살인적 더위의 한가운데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한쪽은 냉방병으로 추위에 떨고 있는 동안, 다른 한쪽은 에어콘 열풍으로 인한 주화입마로 내몰리는 이
암울한 양극화의 현실...
슬프다. 서로의 물을 부어가며 공존공생의 도를 실현하던 등목인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채, 에어콘의 잡스런 열풍만이 온 도시에 창궐하고 있는가...
그러나, 언제나처럼, 슬퍼하기는 아직 이르다.
당국자, 특히 대다수의 에어콘이 설치되어 있는 서울 등 대도시의 자치단체장은 즉시, 시내 곳곳에 시민들이
자유로이 등목을 시행할 수 있는 등목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10기 이상의 고수압 수돗대와, 엎드려 뻗쳐 자세에서 손을 짚을 수 있는 다라이, 그리고 바가지로 구성된
이 시설물에는, 위에 적은 기본 소품 외에도 남성 彼등목인들의 젖꼭지를 은폐시킬 수 있는 정사각형 대일밴드는
물론이요, 등목의 쾌감에서 소외되고 있는 여성 등목인들의 공개적 등목을 지원키위한 탈의실과 반영구적
플라스틱 부라자 또한 상시 비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파트너가 없는 싱글 등목 희망자들을 즉석에서 연결해주는 '등목 파트너쉽 클럽'을 상설 운영하여
싱글 등목 동호인들의 편의를 도모해야 할 것이며, 특히 미혼 남녀 사이의 등목 파트너쉽만을 특별 관리하는
'사랑의 등목 센터'를 별도로 운영하여, 등목을 통한 사회 통합과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라는 중차대한
임무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편의시설의 건립과 유지에 필요한 재원은, 매달 수시로 떼돈들여 잔디를 새로 깔아야하는 일회용 잔디
광장 개설이나, 물을 흐르게 하는 양수기 가동에만 일주일에 기 천만원의 전기료가 소요되는 관상용 하천
복원 등의 건축 패션쇼 행각에 투입되는 비용만으로도 충분히 충당될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에어콘으로 야기된 사회 양극화와 이로 인한 계층간 갈등을 봉합, 올곧은 납량특집의 도를 다시금 회복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의 시점이 도래하였다.
부디 전시행정을 통한 대권 표심 잡기의 혈안 대신,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읽어내는 혜안을 가져주길
충심으로 기대한다.
이상.
- 편집국장
한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