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9.7 목요일

- 이 기사는 당시 딴지일보 출판부의 의뢰로 쓴
딴지 기사선집 <졸라 스페셜> 발간 공지문이다 -

본지가 광활한 인터넷의 대륙에 그 장대한 깃발을 꽂고 민족정론의 고독한 장도에 오른지 어언 2년여.. 본지가 좃선 등의 수구 기득권 세력으로 대표되는 반명랑세력으로부터 접수한 영토의 평수는 과연 그 얼마였으며, 그곳에 꽂은 명랑사회 건설의 깃발의 수는 과연 그 얼마던가..

그 대장정의 결과, 이제는 인터넷의 땅에 본지의 해가 떨어질 날이 없게 되었으니, 이는 본지 수뇌부로 하여금 안대없인 잠을 이룰 수 없는 만성 수면곤란 상태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허나 그렇다고하여, 이쯤에서 본지의 거보를 멈출수는 없는 일..

본지는 인터넷의 대륙에 꽂은 그 깃발끝에 묻은 흙이 채 마를 틈도 없이 다시금 깃발을 뽑아들고, 종이책으로 대표되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본거지인 오프라인 출판계에 명랑사회 건설의 기치를 꽂기 위해 장엄한 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그 첫 신호탄이 바로 1호 부텀 35호까지의 기사를 엄선하여 실은 딴지 선집,

"딴지일보 졸라 스페셜(이하 <졸라 스페셜>)" !

혹자는 이 책을 보구선 예전에 나온 <아날로그 딴지 1권 - 4권>를 떠올리실게다. 그러나 예전에 출판된 <아날로그 딴지>는 단순히 온라인 상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다 실은 복사판의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 비해, 이번에 출판된 <딴지일보 졸라 스페셜>은 본지가 직접 기획, 디자인, 제작 등 출판의 전 과정을 관장함으로써 진정한 본지의 필을 알알이 담아낼 수 있었다는 명백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우선 <딴지일보 졸라 스페셜>은 외양부터 남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우선 책을 함 휘리릭 넘기다 보문 앞 부분과 뒷 부분이 헤까닥 뒤집어져서 서로 아다리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그대, 지금 "우짜고, 저 많은 책이 다 인쇄사고가 났나벼.."라는 단말마의 신음을 흘리려는가. 이해한다. 니덜의 잘못이 아니다. 언제나 18수 앞을 내다보는 본지의 선진성이 죄다. 아, 이래서 앞서가는 자의 행보는 언제나 고독하고 외로운 법..

어쨌든 이러한 외관은, 본지의 황색 사이비 싸이버 루머 저널로서의 확고한 정체성과 함께, 본지에게 부여된 국내 유일의 정통 민족정론지로서의 사회적 소명을 한 권의 책에 농축시킴에 따른 필연적인 디자인이다. 즉, 허연 표지로 되어 있는 앞부분부터 읽을 땐 졸라 엘레강스한 디자인의 딴지기사를 접할 수 있고, 뒤집어 뒤에서부터 읽으면 본지의 유일한 경쟁지인 선데이 서울의 옐로우 디자인을 살짝 덧붙힌 <선데이 딴지>을 만날 수 있다.

원색과 핑크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썬데이 딴지> 표지의 영롱한 자태는, 국내 쌈마이 주간지의 역사의 본류인 <썬데이 서울>의 법통을 계승한 본지의 정통성, 그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러나, <썬데이 딴지>는 <썬데이 서울>에 대한 단순한 오마쥬와는 근본적인 차별성을 보여준다.

본지 디지털 판의 걸작 기사들로 알알이 채워진 주옥같은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과거 <썬데이 서울>의 지면 곳곳을 수놓았던 광고들이 현재적 의미로 재해석(민간인 용어로는 '패러디')되어 있는 것을 보노라면 <썬데이 딴지>가 왜 이땅의 진정한 정통 황색 민족정론 저널임을 자부하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버트, <졸라 스페셜>이 준비해 둔 훌륭함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허연 표지부분 '민족정론 파트'와 꺼먼 표지부분 '썬데이 딴지 파트'를 가르고 있는 지점에 도달하면, 우리는 진정한 출판예술을 목도한다.

기억 나시는가? '책받침 축구'..

어린시절 추억이 넘실거리면서 손꼬락을 마구
꾸물거리게 만드는 바로 그 추억의 '책받침 축구'
 

예전에 벌레먹은 이파리의 형태로 수많은 책받침들을 작살내면서 온 동네를 사커붐으로 몰아 넣었던 바로 그 추억의 '책받침 축구'가 마침내 본지에 의해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되었다. 그리고 이 축구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도구 '책받침 축구공' 또한 싱크로나이즈하게 부활되었음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것들 외에도, 군고구마 포장용지로서 최고의 재활용성을 자랑했던 <썬데이 서울>의 누리끼리 갱지를 현대적 버전으로 부활시킨 종이 재질, 본지가 창시하고 전파하였으나 어설픈 사파들에 의해 그 뜻이 왜곡되고 있는 '엽기'에 대한 본지 총수의 특별담화 등 <졸라 스페셜>이 함유하고 있는 영양가는 비아그라의 그것을 능가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기서 다 얘기하면 잼 없으니깐 그만 하도록 한다. 더 알구 싶으면 니가 직접 책방 나가서 사보믄 되겠다.

본지의 종이책 출판은 인터넷상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딴지가, 아날로그 영역에서 본격적이고 독자적인 발언을 시작하는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 딴지 출판부의 활동에 귀두 바짝세우고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이상.

- 딴지 출판부 대변인
한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