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걸꺼라고 파악하고 계실분이 많으실 줄 안다.
하지만 당 영화, 그런거 절대 아니다.
일단, 당 영화는 '산악 영화'라는
용어보다는 '조난 영화'라는 용어가
훨 어울린다. 산에 올라가는 얘기는 별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대신 조난당한 다음의 얘기가 거의 87%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난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 터. 조난 당하는 거 가지고 나름대로
재밌게 얘기를 풀어간 <얼라이브>나 <버티컬 리미트>같은 조난 영화도 있지 않았던가.
허나, 당 영화에 대해 그런 류의 조난을 생각하면 심히 곤난한 바, <빙우>의
'조난'의 실상을 말하면 다음과 같다.
이게 전부다.
뭐, <빙우>에 대해서 <클리프 행어>나 <버티컬
리미트>같이 떼돈들인 미제영화의 뽕나는 액션이나 특수효과 같은걸 기대한다면, 그놈이 나쁜놈일 것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산악영화 보러 극장에 갔는데, '히말라야 14좌 완등기' 같은
TV 다큐가 훨 박진감있고 볼거리 많았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면, 그건 상당한 문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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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
하긴, 그렇긴 하다. "산을 향한 새로운
감성"이라는 당 영화의 카피마따나, 꼭 산악 영화라고 떨어질까 말까...끊어질까
말까...죽을까 말까...만을 보여주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보면, 당 영화처럼 아예 처음부터 '산악멜로'라고
박고 들어감으로써, 연애쪽에 왕창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취하는 건 나름대로 참신하고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이제 중요해지는 것은, 과연 그 '멜로'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또, 그 '멜로'가 '산악'이라는 컨셉과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도
중요한 관건일거고.
결국 문제는 여기다. 안타깝게도 당 영화가 보여주는 '멜로'는 그다지 설득력
있지 않다.
일단, 이 영화는 '산악' 부분과 '멜로' 부분을 서로 쪼개서 번갈아 보여주는,
나름대로 참신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 중반부 쯤에나
가서야 파악이 되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처음에는 서로가 떡이 돼서 뭐가뭔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다.
이건 상당히 치명적이다. 왜냐. 이 영화는 뭔가 숨겨져있던 사연을 후반부로
갈수록 서서히 드러내는걸 핵심작전으로 삼고 있는데, 그런 숨겨진 사연이 있다는 것 자체를 관객들이 알아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예 처음부터 확실하게 궁금하게 만들던가, 아니면 아예 기교 같은건 처음부터
부리지 말던가. 이도저도 아니고 어쩌겠다는건가.
또한, 등장인물들이 파악도 안된 첫부분부터 감정 이빠이 잡고 스트링 오케스트라
장중하게 깔아주는 컨셉은, 관객은 몸도 제대로 안풀렸는데 출발 총성과 함께 영화 혼자서 전력질주로 튀어나가는
형국에 다름이 아니다.
주인공 남녀가 연애 감정에 돌입하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것은 '멜로'의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당 영화엔 그런거 거의 없다는 얘기다.
'사랑에 무신 이유가 있겠어요'라고 하면 뭐, 그도 그렇긴 하지만, 이건 어쨌든
영화, 그것도 상업영화의 세계가 아닌가. 그런 식으로 뜬금없이 시작해놓고, 아무리 뒤의 얘기를 애절하게
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요.
하물며, 그 뒤에 오는 얘기가 와장창 애절하다거나 심히 짜임새있다거나 하지도
않고, <미술관 옆 동물원>의 좀 심심한 버전인듯한 소소하고 잔잔섬세한 단발성 얘기 중심인
마당에 말이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짜임새를 찾아가고, 동시에 스토리의
윤곽이 파악되면서 '애절한 사랑 얘기'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긴 한다만,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영화는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관객들을 재워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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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새로운 시도는 어렵다. 게다가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뭔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지는 의욕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로 그러한 상황들이 짬뽕져 나온 결과의 전형적인 예가 바로 <빙우>가
아닌가 한다.
거의 남들은 시도하지 않았던 영화인데다가, 45억이라는 만만찮은 제작비가 든
영화를 데뷔작으로 만들어야 했던 감독이 맞딱드려야 했던 부담과 의욕은 짐작이 가는 바 충분하다. 거기에
수반된 제작진과 출연진의 고충도 살벌났을 것임 또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그건 그거고 영화는 영화다. 영화가 지루하면 말짱 다
황이 아닌가 말이다.
해서, 필자는 영화의 엔드 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글을 쓸때는 "어떻게
하면 새로운 걸 만들 수 있을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은 걸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항상 앞서야 한다는 한 소설가의 얘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말은 비단 소설에만 적용되는 얘기만은 아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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