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원 홈페이지

< 황산벌 > 적정 관람료 (7000원 기준)

[ 인상요인 ]

참신한 아이디어 : 500원
그를 통한 각종 웃김 : 500원
코메디스럽지 않은 갑빠적 비주얼과 음악의 충실함 : 500원
크게 오바하지 않는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 : 1000원
다 아는 역사를 나름대로 재밌게 구성한 참신함 : 500원

계 3000원

[ 인하요인 ]

부분적으로 튀어 나오는 설익은 사투리 : -1000원
중간부분의 늘어짐 :-2000원
완전 이거다 싶은 결정적 한 방의 부족 : -1000원

계 -4000원

적정 관람료 : 7000원 + 3000원 -4000원 = 6000원

對

초장부터, 옛날 국사책에 나오던 각종 인물들이 사투리를 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핵심 아이디어를 톡 까놓고 들어간 <황산벌>..

게다가 당 영화는 '거시기'라는 핵심 용어를 그 메인테마로 삼고 들어간다는 것까지 만천하에 거시기 해놓고 들어감으로써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이른다.

그리고 결국, 그 의혹은 단 한 질문으로 압축된다.

그 사투리 약발 떨어지면, 영화 끝날때까지 뭐 갖구 먹구 살것인가

라고 하는 의문이 바로 그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당나라 고구려 신라 백제 네 나라 왕들이 젊잖게 앉아서 서로 말로 쇼부를 보는 장면이 끝나면 사투리 효과가 주는 재미는 급격히 감소한다. 사실, 이 사투리 효과의 약발은 예고편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퇴될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황산벌>은 이 문제와 정면승부 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오로지 이 아이디어 하나에만 끝까지 매달려서, 단물 쓴물 싸그리몽창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음으로써 우려먹는 자신들조차도 마구 회의가 들 정도로 뽕내며 우려먹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 영화가 약발 조기 저하를 방지하기 위하여 취한 작전은 어떠한 것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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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실로 심플하게도 일단 기본에 충실하는 작전이었다.

흔히 '역사 코메디'라는 간판 걸고 나온 영화라면, 마치 <사또 영구와 포졸 땡칠이> 필로다가 의상은 대충 사극에서 쓰던거 빌리고, 세트는 대충 민속촌 비시무리한데 가서 때우고 넘어가는 등의 빙신같은 패착을 두기 쉽다할 것이다. 근데, 모든 코메디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이런 필의 코메디야말로 갑빠와 각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말짱 황이 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면에서 일단, 상당한 돈과 인력이 동원되어 공을 들였다는 티가 역력히 나는 세트와 의상을 통해 <황산벌>은 제대로 된 각과 갑빠를 함유하고 있는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불어 이 영화는 코메디 영화에서 저지르기 쉬운 또 하나의 패착, 즉, '이거 웃긴 장면이거덩요'를 마빡에 찍은 도장처럼 표시하고 들어가는 오바성 음악이나, 관객보다 영화가 먼저 히떡 디비져버리는 오바질 연기의 함정을 나름대로 상당히 잘 피하고 있다.

특히, 정통 역사 대하극 필의 제대로 된 갑빠성 음악은, 그 '코믹과 갑빠의 충돌효과'를 통해 코메디의 필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매우 높이 사줄만한 것이었다. 음악 자체는 하나도 기억 안나지만, 뭐 그럼 어때. 하여튼,

이렇게 기본적인 부분을 든든하게 다져놓음으로써, 코메디를 위한 기반을 확립한 <황산벌>.. 이 기초를 바탕으로 당 영화는 '역사 모로 세우기'에 본격 착수한다. 즉, 우리들 소시적 국사책에 신라 중심으로만 읊어졌던 고구려신라백제의 역사를, 나름대로의 균형스러운 관점을 가지고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사투리 효과의 약발 저하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갈아만든 새역사'라 일컬을 만큼 뽕나게 기발찬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뭐, 꼭 그래야 맛은 아니잖어.

또한, 아무리 재구성을 해도 '계백 편은 다 죽고 김유신 편이 완전 이겨버린다'는, 결말 다 아는 스토리를 '탐색전' '신경전' '맞짱' '인간장기' 등등의 에피소드로 지루하지 않게 끌고나간 작전 또한 유효하였다 하겠다.

그 중에서 하이라이트적인 대목은, 경상도 사투리의 신라군과 전라도 사투리의 백제군이 서로 자신의 최정예 인력을 조직하여 특수전문용어(속세 용어로는 '욕설') 대결을 벌이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당 장면은, 그 특수성으로 인하여, 영화 개봉도 하기전에 뵈줄꺼 안뵈줄꺼 싸그리몽창 다 뵈주는,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사칭한 영화 상거래질서 교란 TV 프로에 의해 노출되지 않았음을 매우 다행스럽게 여기는 바다. 어쨌든,

이 대목에서, 초반에 신라군의 전문용어 구사단에 밀리던 백제군 측은 끝내 필살의 전문세력 '벌교 출신 3인방'이라는 카드를 뽑아들게 되는데, 이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유려한 전라도式 전문용어 메들리를 이도령 천자문 외듯 청산유수로 구사해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에 질세라 성벽위에 일렬로 도열한 백제군이 "씨벌! 씨벌! 씨벌!"을 복창하며, 유려하게 파노라마치는 이들의 전문용어 구사에 일제히 화답함으로써, 영화는 마침내 한 끗발 높은 결정적 전략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덤으로, 예기치 않았던 후까시형 주연급 배우의 우정출연이라는 기습전술은 나름대로의 아기자기한 재미마저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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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한치의 오차와 손실도 없이 목표로 하는 고지를 탈환해내고 마는 작전이란 결코 흔해터진것이 아닌 법. 당 영화 <황산벌> 역시 아무런 패착없이 순탄하게 王大박의 고지로 진군하지는 못한다.

일단, 가장 먼저 당 영화의 발목을 잡는 것은, 기껏 사투리를 잘 구사하다가도 대사에 힘이 들어가게되는 중요 장면만 오면 갑자기 서울 말씨로 돌변해버리곤 했던 주/조연급 배우들의 미흡한 사투리 공력이다.

보통 영화라면 어느 정도는 용서해주고 넘어갈수도 있는 이러한 오류는, 영화의 컨셉이 컨셉이니만큼 상당히 치명적인 패착이었다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영화의 중반부의 계백이 내뱉은 '거시기'와 '머시기'라는 말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신라군이 이러저러저러이러한 노력을 경주하는 대목에 지나친 비중을 할애함으로써 다소 게임이 지루해지는 요인이 되었다.

어차피 관객들이야 다들 뭔 뜻인지 아는 마당에, 신라군들이 그거 갖구 헤메는 건 재밌을 정도만 살살 보여줬어야 하거늘, 뽕을 뽑을때까지 집요하게 그 컨셉을 우려먹을 필요는 없었다 사료된다. 어차피 굳은 패인거 다 안다. 먹을라면 빨리 먹고 다음 작전으로 잽싸게 넘어갔어야 한다는 거다.

그리하여, 당 영화 <황산벌>은 중간부분이 닥스훈트 허리마냥 길게 늘어진다는 점과 부분적으로 불충실한 사투리가 구사된다는 점, 그리고 아기자기한 맛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등의 종합패착으로 손실을 입음으로써, 본전회수의 念에 충만한 관객들을 다소 시껍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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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판에 돌입하여 전세는 급격히 전환된다.

그만하면 꽤 잘 만든 최후의 전투장면을 보는데 여념이 없는 관객들이 방심한 틈을 타, 당 영화는 마지막으로 준비해 둔 카드를 뽑아들었다.

영화 초장에 대사 한마디도 없이 계백의 칼에 죽어나가던 계백의 처(김선아)가 영화 막판에 다시 등장하여, 그 아리따운 용모와 일맥상통하지 않는 농도짙은 사투리로 처음에는 웃기게, 그러나 종국에 가서는 사뭇 비장하게 당 영화의 주제를 요약압축하는 대사를 날려주었던 것이다.

자고로, 제아무리 쾌변을 하더라도 막판 딲아주기를 快히 못한다면 모든것이 허사가 됨이 아니던가..

결국 이 대사는 깊이...까지는 아니지만, 하여튼 나름대로 메시지를 가진 영화로 변모시키며, 깔끔한 마무리를 짓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던 바, 위에 열거한 단점들로 까먹은 밑천을 어느정도 회복해준다.

또한, 계백의 전사소식을 들은 의자왕(오지명)이 왕자들과 최후의 회의를 여는 대목은 상당히 비장하고도 심각한 장면이었으나, 이 상황에서도 오바스러운 각을 잡지 않고, 느물느물하며 코믹한 사투리 대사를 날려주는 여유와 평정심을 보여준 점 또한 깔끔한 마무리에 상당히 기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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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황산벌>은, 올 여름 내내 쏟아져나오고 아직까지도 쏟아져나오는 오바적 쒯코메디들이 관객들의 가슴에 남긴 깊은 상흔과, 최민수/조재현의 쌍갑빠 시스템을 채택했음에도 처절한 쒯덩어리성을 극복하지 못했던 <청풍명월>이 남긴 상흔을 어느정도 극복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였다.

그리고 그 성과는, 기본에 충실하는 우둔하면서도 현명한 전략에 의해 달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과욕과 오바는 금물이며, 기본에 충실함이 모든 일에 우선한다.

<황산벌>은 이러한 교훈을 참으로 거시기하게 전달하여준, 상당히 거시기한 한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