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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ook
한동원의 글 수첩

제주독스

2006 10. 13

 


이번 제주도 여행의 특징은, 개 세 마리를 만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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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는 한적한 해번가 동네의 귤밭 근처에서 만난 골든 리트리버였다.

얘는, 모든 골든 리트리버 암컷들이 그러하듯, 대단한 붙임성의 소유자였다.

동행이 손을 내밀자, 그걸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이런 자세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 *

2호는 한라산 자락 중턱에 있던 작은 마을에서 만났다.

아주 귀엽게 생긴 복슬 강아지였는데,


1호와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사람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아마도 주인에게 꽤 구박을 당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자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는데, 그때 이 녀석의 눈이 회색이라는 걸 알게 됐다 (사진에서는 잘 안보인다만).

녀석의 회색 눈빛이 어쩐지 슬퍼보였다.

모쪼록 구박에 굴하지 말고 꿋꿋이 잘 살아가길.

* *

3호는 거의 20년만에 다시 가 본 <목석원>에서 만난 녀석이다.

너 같은 관광객 나부랭이는 수억명도 넘게 보았다는 듯 상당히 노련한 태도를 취하던 복슬개였는데, 아무런 말도 없는 매우 과묵한 녀석이었다.


하긴 개니까, 아무 말도 없는 게 당연하겠지.

* *

다들 잘 지내라.

내년에 또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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