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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ook
한동원의 글 수첩

'괴물을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에 덧붙여

2006 8. 7

 

또 <괴물> 얘기입니다.

<괴물>의 배급사나 홍보사 등등도 스크린 독식과 언론 독식에 대한 반발을 우려하여, 추가적인 개봉이나, 언론보도, 광고 등등을 모두 자제하고 있는 이 판국에 말이죠...

제가 굳이 이렇게 <괴물> 얘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얼마 전 이곳에 올린 '괴물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라는 글에 대한 약간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몇몇 분들께서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기본적으로, 현서가 박강두에게 걸었던 전화는, 현서의 전화가 아닌 다른 사람(아마도 괴물에게 끌려온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써서 한 것이다.

따라서 박강두의 핸드폰에는, 현서의 핸드폰 번호가 찍힐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근거로는,

1. 영화 전반부에서 현서는 "이런 고물을 요즘 누가 써"라고 하면서, 박강두에게 자기 핸드폰을 줘버린다. 따라서 괴물에게 납치될 당시 현서가 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2. 현서는 괴물에게 납치된 후 계속해서, 괴물에게 끌려온 사람들의 시신에서 '잘 터지는 핸드폰'을 찾는다. 현서가 박강두에게 한 통화도,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핸드폰을 써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3. 현서 삼촌 '박남일(박해일 분)'이 이통사 건물에 잠입해서 현서의 발신위치를 검색할 때, 단번에 현서의 번호를 찾아내지 않고, 발신 번호 리스트에서 더듬더듬 현서의 발신의 흔적을 찾아낸다.

등의 장면들을 들 수 있다.

우선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이 메일들을 받은 뒤, 마침 <괴물>을 또다시 봐야 할 일이 생겨서 다행히도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 지적하신 근거 중 1, 2번은 확실히, 현서와의 통화가 현서의 핸드폰으로 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헌데, 이 문제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는, 다름아닌 세번째 대목(박남일이 현서의 발신기록을 확인하는 대목)에서 등장합니다.

이 대목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박남일은, 다음과 같은 대사를 중얼거립니다.

"형, 이거 맞는거 같아. 이거 맞다, 현서 번호."

즉, 이 대사를 통해 박남일이 현서의 발신 기록을 현서의 핸드폰 번호를 통해 찾아낸다는 것이 적시됩니다.

따라서, 현서가 박강두에게 한 통화는 현서의 핸드폰을 통해 된 이뤄진 것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

모쪼록 궁금증이 풀리셨기를 바라며,

이번 여름, 건강하게 잘 넘기시길 빕니다.

 

아아, 정말 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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