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i Driver Wisdom
2006 3. 9
여행을 다니면서 사지말아야 할 아이템 1위를 꼽으라면, 그건 물론 책이다.게다가 그 여행이 배낭 여행이고,
더구나 그것이, 항상 짐을 끌어안고 다녀야하는 터프한 지역에서의 배낭 여행이라면, 그건 말 그대로 자살행위다.
배낭의 무게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몸소 깨달은 뒤엔 이미 늦다.
어깨로 자살하던가, 짐을 버리든가, 둘 중 하나다.
몇 년 전,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겁도 없이 사서 배낭속에 쑤셔넣었던 책이 바로 이 <Taxi Driver Wisdom>이다.
그러니까, 뉴욕의 택시 운전사들로부터 수집한 각종 개똥철학들을, 그 개똥철학에 상당히 걸맞는 감상적인 흑백사진과 붙여놓은 이 책을 굳이 사게 된 이유는, 그 사이즈가 작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많은 것들을 잊고, 버리고, 또 받아들여야만 했던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만원짜리 점쟁이의 점괘같은 싸구려 위안이었다.
그리고 그거야말로 그 때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었음을 깨달은 건 한참 후의 일이다.
* *
지금도 나는 가끔, 이 개똥철학 전집을 들춰본다.후회와 자책과 갈등과 원망과 용서로 가득 찬 그때의 그 뚱뚱한 배낭을 뒤져서 말이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깨닫는다.
답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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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xi Driver Wisdom>
© 1996 Risa Mickenberg
Photographs © 1996 by Joanne Dugan
택시를 가로채는 사람들에게 행운을.그래, 그들에게도 신의 가호는 필요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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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원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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