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이 글은 원래 씨네21 530호의 '투덜군 투덜양' 코너를 위해 쓴 글입니다만, 씨네21 측에서 게재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알려와, 이곳에 올립니다.

2005년 수능 레이스 폐막일 맞춰 개봉된 <나의 결혼 원정기>...

나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그러나, 방금 시험을 마친 따끈따끈한 수험생 제위께는 그닥 권장해드리고 싶지 않음이다. 왜냐.

가뜩이나 각종 시험문제들을 독해하느라 3년 내내 쥐가 난 수험생들에게, 대사의 약 15% 정도를 해독불가한 경상도 사투리로 채우고 있는 영화를 선뜻 권하는 것은, 좀 너무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해서, 당 영화의 주최측께서는 수험생들을 위해 한시바삐 자막 처리 등의 조치를 취해주실 것을 촉구한다.

헌데, 지난 씨네 21(528호)의 <용서받지 못한 자>에 대한 프리뷰를 보면, 이러한 해독불가 한국어의 문제가 비단 <나의 결혼 원정기>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일단, 확실히 할 게 있다. 필자는 당 프리뷰의 지적에 십분 동감한다.

특히 "장점만을 들어 상찬 일색으로 일관하는” 언론들의 오바에 대한 지적에는 일백푸로 동감이다.

필자 역시 <용서받지 못한 자>에 대한 각종 언론들의 태도는, 1면 헤드라인에 그의 코딱지 후비기 동작의 천재성마저 박아넣을 기세이던 각종 스포츠 신문들의 ‘천재박주영비어천가’ 행각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다고 본다.

비유가 좀 심했나... 흠, 여튼.

또, 영화 자체의 한계에 대한 지적, 즉 "<용서받지 못한 자>는 의도는 절실하지만, 방법은 위험천만"하다는 지적에 또한 매우 동감이다.

일종의 ‘관습’으로 유지되는 군대라는 조직을, 그 ‘관습’을 톡 까놓고 보여주는 방법으로 비판하려던 <용서받지 못한 자>의 방법은, 마치 달리는 기차 안에서 주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전력질주하면서 '나는 거꾸로 가고 있다'라고 믿는 사람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정확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프리뷰 역시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독불가 한국어의 구사‘라는 한국 영화 평론판의 고질적 관습 말이다.

당 프리뷰가 곳곳에 준비해놓은 “과거의 장악”, “의미적 구조”, "기능적 구조", “이중의 서사”, "능숙하게 수렴", “과잉의 장치” 등등의 엘레강스 랭귀지의 드높은 장벽들을 힘겹게 돌파해나가던 필자...

그러던 중, 결국 올 것은 오고야 말아, 필자는 “그것을 내파해버리고자 할 때...”라는 거대한 장벽을 맞딱뜨리고야 말았으니, 자력 돌파 능력의 한계에 봉착했음을 절감한 필자는 꼬리를 내린 채 국어사전을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평소, 라면 10개는 충분히 받쳐먹을 수 있을 두께라 자부해왔던 필자의 국어사전 역시 ‘내파’라는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였으니, 이 엄혹한 현실 앞에서 필자는 단말마의 신음 한 마디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 어려버....’

하긴 사전에 안 나오는 단어면 좀 어떤가. 대충 앞뒤 맥락으로 이해해먹으면 그만이지.

정작 필자를 안타깝게 했던 것은, “전형성”에 기대고 있는 <용서받지 못한 자>의 약점을 지적한 이 프리뷰 역시, 난해찬연한 현학적 어휘들을 시도때도 없이 남발하는 우리나라 영화 평론판의 “전형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만일 이 프리뷰를 읽는 독자들이 그 난해한 어휘에 지레 겁을 먹고 만다면, 그러고 끝난다면, 이 프리뷰는, 그 성공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과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물론 이건, 당 프리뷰에 대한 얘기만은 아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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