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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ook
한동원의 글 수첩

Purple Rain Lounge

2005 4. 14

 

자, 일단 다들 맥주 한 병 씩을 들고 오셔야 돼요.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예요.

여기도 맥주 쯤은 얼마든지 있다구요.

그건 손님들이 듣고 싶은 음악을 연주해달라고 할 때마다

밴드에게 돌릴 맥주예요.


입구쪽에 커다란 냉장고 있는 거 보이시죠?

맥주는 들어오실 때 거기에다 넣어두세요.

우리 가게의 밴드들은 모두 차가운 맥주를 좋아하니까.


음, 사실 우리도 저 냉장고가 너무 크다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왕년엔 저 냉장고도 작았던 시절이 있었다구요.

그래도 밴드는 여전히 열심히 연주하고,

손님들도 여전히 열심히 춤을 추고,

맥주는 여전히 시원하죠.


의자는 언제나처럼 딱딱하고,

지붕엔 작년 크리스마스에 달아놓은 깜빡이가 여전히 깜빡거리고 있지만,


맥주는 언제나 시원하죠.

퍼플 레인 라운지에서는.

 


drawing by Hahn Do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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