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의 숨겨진 비밀
2005 1. 2
2004년의 마지막 날, 필자는 송구영신 근하신년 뭐 그런 차웜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처음 볼때는 거의 전위영화의 그것과 가깝다고 느껴졌던 이 영화의 줄거리가, 뭔가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게 되었다.
즉,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하울..>의 줄거리 속에 뭔가를 숨겨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었다는 얘기다.
물론, 필자는 미야자키 감독의 사생활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 할 얘기는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필자의 상상이 뿐이다.
허나, <하울..>의 그 혼란스럽고 씨바뭐야스러운 줄거리는 이 '가설'하에서라면 나름대로 확실한 맥락과 이유와 영문이 있는 줄거리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가설'이라 함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야자키 감독은 <하울..>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는 가설이다.
* *
일단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우선 다음과 같은 대입을 해주시기 바란다.
하울 = 미야자키 하야오
소피 = 미야자키 하야오의 부인
황야의 마녀 =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머니움직이는 성 = 미야자키 감독의 가정
캘시퍼 = 미야자키 감독의 존재 (또는 재능)
자, 대입이 끝나셨는가.그럼 이제부터, 이 대입 관계를 적용해서 <하울..>에서 튀어나왔던 몇몇 이해하기 힘들던 대목들을 이해해보도록 하겠다.
① '황야의 마녀'는 왜 하울의 심장에 그토록 집착했는가?
황야의 마녀는, 소피가 성울 움직여서 하울을 구하러가는 대목에서, 갑자기 캘시퍼(즉 하울의 심장)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는다.덕분에 열심히 움직이던 '움직이는 성'은 무너지고, 소피는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되고 말이다.
이런 황야의 마녀의 난데없는 돌출 행동은, 물론 그냥 늙은 마녀의 노망으로 보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만, 그렇게 이해하면 너무 재미가 없는데다가 뜬금도 없다.
해서, 이걸 '자신의 아들을 독점하려고 하는 시어머니의 행동'으로 보면 어떨까.
이 해석을, 소피가 황야의 마녀로부터 캘시퍼를 돌려받는 장면에 적용해 보면 더 그럴듯해진다.
소피는 캘시퍼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황야의 마녀를 끌어안으면서 애절하게 "부탁이야..."라는 대사를 날리는데,이에 마음이 움직인 황야의 마녀가 "잘 보살필 수 있겠니? 그렇다면 할 수 없구나.."라는 대사와 함께 캘시퍼를 돌려준다.
이 대목을 아들을 독점하려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갈등 그리고 그 해소의 과정으로 보면, 상당히 앞뒤가 잘 들어맞는다는 얘기다.
또, 이렇게 본다면, 황야의 마녀가 애초에 소피에게 하필이면 '갑자기 늙어버리는' 저주를 내린 이유도 대략 이해가 된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순식간에 폭삭 늙어버리는 며느리, 뭐 이런게 아니겠는가 말이지.
② 소피는 왜 갑자기 캘시퍼에게 물을 끼얹었는가?
소피의 이 난데없는 돌출행동은 많은 사람들이 뜨악하게 만들었는데, 이것을 위 ①의 맥락에서 보면 그다지 뜬금없지만도 않다.즉, 이것은 고부간의 갈등이 부부의 갈등, 그것도 서로 애정이 식을 정도로의 갈등으로 번진것을 은유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③ '전쟁'이라는 설정은 왜 등장했는가?
<하울..>에서는 전쟁 장면들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그걸 통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지는 상당히 애매했던게 사실이다.
전쟁에 대한 거부감을 얘기하는 건 확실하지만, 이전의 작품들에 비하면 그걸 그렇게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왜 그랬을까.
이 '전쟁'을, 치열하고도 살벌한 경쟁과 돈의 논리가 횡행하고 있는, 그야말로 전쟁터같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대한 비유로 보면 어떨까.
하울과 캘시퍼가 나누는 대사 중, 이런 대사가 있었다.
하울 : "초보 마법사가 괴물로 변해서 전쟁터에 나가서 싸움을 하더군"
캘시퍼 : "한 번 괴물이 되면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잖아. 나중에 후회하게 될텐데."
하울 : "눈물을 흘리는 법도 잊을테니 상관없겠지."
이 대사에서 '괴물'을, 상업적인 목적만으로 섹스와 폭력만을 앞세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앞뒤가 잘 맞아 떨어진다.덧붙여서, 소피에게 '너는 성안을 지키라'는 말을 남기고 전쟁터로 다시 날아가는 하울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이 해석을 통하면 대략 파악이 된다.
즉, 이것은 가정을 부인에게 맡기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했던 미야자키 감독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④ '마법'은 무엇인가?
이건 간단하다.
'마법'은 다름아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을 비유한다고 볼 수 있겠지.
⑤ 소피는 왜 멀쩡하던 성을 부수고, 다시 지었는가?
이 또한 <하울..>에서 이해가 안되는 장면 중 1,2위를 다투는 장면이었는데, 이것은 아마도 미야자키 감독의 첫 감독 데뷔작 <루팡 3세 - 카리오스트로 성>이 흥행 실패했을 당시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다시 말해, '전쟁터에서 상처를 입고 돌아오는 하울 = 흥행에서 고전을 면치못하던 미야자키 감독' 뭐 이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다.
그리고 만일 그 당시에 미야자키 감독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집을 줄여 이사를 가야했다던가 하는 일이 있었다면, 성을 허물고 그걸 다시 작은 성으로 만들던 소피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는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 *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 외에도, 여러가지 세부 또한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만,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앞서도 얘기했다시피, 이 해석에는 물론 전혀 아무런 근거도 없다.
게다가 필자가 알고있는 미아쟈키 감독의 사생활은, 부인이 도에이 동화 시절의 회사동료였다는 것, 그리고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는 것 정도 뿐이다.
또,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고부갈등이 현실로 존재하는지 어쩐지도 전혀 모르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근거없는 얘기를 이리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이렇게라도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 싶은 필자의 충정 때문이었다.... 라고 얘기하고 싶긴 하다만,
음, 뭐 실은 그런 충정의 발로였다기 보다는,
그냥 한 번 놀아보는 차원에서 얘기했다. 요즘은 여기저기 어디서나 다들 영화를 일주일 묵은 행주마냥 너무 뻣뻣하게 공부하듯 보는 것 같아서 말이지.
어쨌든 난, 따분한 정답보다는 흥미로운 오답 쪽에 훨씬 더 호감이 가니깐.
흠흠.
ハウルの動く城 Howl's Moving Castle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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