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난 가족 > 리뷰

2003 8. 1

< 바람난 가족 > 적정 관람료 (7000원 기준)
[ 인상요인 ]

궁금증 및 호기심 해소 : +1000원
주연배우들의 괜찮은 연기 : +500원

계 1500원

[ 인하요인 ]

별다른 감흥이나 새로울 것도 없으면서 왕창 무겁고 지루하기만 한 이야기 : -3000원
별다른 개연성이나 목적없이 그냥 적나라하려고 하기만 한 대사 : -1000원
진지함 같은거 해보려고 했다는 것 외에는 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설정들 : -1000원
결국 영화가 뭔소리를 하려고 했던 건지 억지로 노력하여 이해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음으로 인해 오는 허망함 : -3000원

계 -8000원
적정 관람료 : 7000원 + 1500원 -8000원 = 500원

[ 이 글은 영화의 몇몇 구체적인 대사나 정황들을 적고 있으므로, 그런거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


문소리 언니, 여튼 보통은 아니었다.

물론, 그녀가 갑자기 훌러덩 벗는 컨셉인듯한 영화에서, 훌러덩 벗은 듯한 컨셉의 포스터를 ,훌러덩 벗은 듯한 자세로 찍고 나와서 그런건 아니다.

뭐 사방에서, '안되면, 에라이 나도'하며 훌러덩훌러덩 벗어제끼는 작금의 세태에서 그 정도 벗었다는게 뉴스나 되나. 촌시럽게. 그냥, 요즘 많이 덥나보다..하면 되는거지.

그런데 언제나 국민의 알권리와 재래식으로서의 자기 정체성 수호라는 본분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재래식 언론으로서는, 이런 껀수를 그냥 놓치고 넘어갈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하여, 문소리 언니는 가급적이면 왕림하여주신 분들과의 우애를 돈독하게 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기자 시사회장이라는 곳에서, 인사말씀에 갈음하여 다음과 같은 얘기를 읊조리게 되었던 것이니, 그 아니 멋질쏘냐.

"..근데 기자 여러분들, 이따 기자 간담회때 '노출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하는 질문은 더이상 안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얘기 듣고, 마치 자긴 아닌척 하면서 허허허 호방하게 웃어제꼈지만 속으로는 쪽팔렸을 기자들, 아마도 꽤나 많았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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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이렇게, 범상찮은 멘트를 날리고 무대 아래로 홀연히 사라진 문소리 언니를 뒤로 하고 시작된 영화는 어땠던가.

한마디로 말하면, 뭔 얘길 하고 싶은건지 알 수 없는 영화였다.

제목에서 보여주듯 이 영화는 시어머니, 남편, 아내가 일제히 바람을 피움으로써 가족의 일체감과 단결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한다는 영화..는 아니고, 하여튼 그렇게 바람들을 피우는 얘긴데, 일단, 시어머니 파트를 맡은 윤여정 큰누님의 바람은 거의 영화의 10%도 차지하지 않는다.

사실, 이 영화에 신선함을 기대할만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2대에 걸친 남녀상열행각, 즉 노년층의 바람과 청장년층의 바람을 대비시켜가면서 짜나가는 재밌는 or 뭔가있는 or 골때리는 얘기.. 뭐 이런게 아니겠는가.

헌데, 시어머니(윤여정)의 바람이라는 대목은, 왕년 국민학교 동창과 호텔방에서 부라자 차림으로 껴안는다던가, 그 아저씨랑 캬바레에서 춤춘다던가 하는 정도만 덜러덩 보여주고 끝난다.

그러니 이 영화는 제목처럼 '바람난 가족'에 대한 얘기가 아닌, '바람난 부부'에 대한 얘기, 즉,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해터진 설정으로 한 계단 내려앉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남편이 죽은 뒤 윤여정 큰누님이 아들 내외한테 '나 남자 있다? 쎅쓰도 했어..' 등등의 얘기를 하는 장면은 나름대로 꽤 중요한 장면이었다만, 사전 작업 거의 없이 냅다 그런 대사 한 번 날린다고해서 영화의 방향이 달라지거나 할수는 없는 것이었다.

결국, 이 영화의 제목이 <바람난 부부>가 아닌, 굳이 <바람난 가족>이어야 했던 이유는, 끝까지 알 수 없었음이다. 핵가족도 가족이잖어..라고 따지면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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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감독이 인사말을 할 때 '이 영화, 쪼-금, 아주 쪼-금 진지합니다'라고 했었는데, 그 '진지'에 해당되는 내용은 부부가 동시다발로 바람피우는 영화의 메인 스토리와 거의 따로 논다.

6.25 집단 학살 발굴현장, 6.25때 월남해서 자수성가한 시아버지, 그리고 그 시아버지의 아버지 등등을 연결해서 뭔가 그 세대의 아픈 역사..그런 비시무리한 거시기를 하려고 했다고 추정되는 진지한거 #1.

근데 이건, 감독 자신도 나중엔 자기가 뭔 얘기를 할려고 했었는지 까먹어버린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끝까지 그 주장하는 바를 알 수 없음이다. 내가 돌대가린가? 뭐, 그럴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이 영화 광고에는 필히 '돌대가리 관람불가'라는 문구를 삽입해 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또, 남편 '주영작(황정민)'과 교통사고를 낸, 한달에 월급 65만원 받는다는 집배원 아저씨가, 그 교통사고의 책임을 혼자 덤탱이 쓰고 난 뒤 열받아서, 이들 부부의 애를 납치해서 냅다 살해해버린다는 설정인 진지한거 #2.

이건, 안그래도 위태위태하던 부부관계에 치명타를 입히는 계기로는 나름대로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사량/출연횟수에서 윤여정 큰누님과 거의 맞먹음으로서 엑스트라급 조연의 수준을 완전 넘어서는, 그 집배원 아저씨의 비중과 기타등등을 볼 때 이 설정은 분명, 그 자체로 뭔가가 있다.

근데 그 뭔가가 뭐냐구? 나두 모른다.

뭔가 있는놈과 없는놈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해볼려구 했던거 같은데, 그냥 그랬던 것 같기만 하는걸로 끝나니 알 수가 없다.

그리하여 그 쪼-금 있다던 '진지' 역시 이해가 안간다.

그다지 진지하려고 노력한 영화도 아닌 거 같은데, 아예 그런거 싹 빼버리고 단순명쾌하게 가지, 왜 그랬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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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렇다면, 이제 남은건 요즘 완전 유행인듯한 톡 까놓고 얘기하는 필의 세부묘사일 것이다. 특히 섹스씬에서 말이다. 말하자면, '안에다 싸지마..' 뭐 그런필 말이다.

뭐, 그런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리고 있다.

예를 들면, 운전중인 남편을, 옆에 타고 있던 그의 애인이 오럴을 해준답시고 지퍼를 내릴때 "아~ 아~ 털,털, 털~!"이라는 대사가 흘러나온다던가,

휑뎅그렁한 무용 연습실에서 고삐리랑 빤쓰벗고 분위기 잘 잡던 문소리 언니가, 갑자기 들이닥친 그 고삐리 아버지에게 걸린 뒤, 뒤에 홀로 남아 빤쓰를 입으며 "아.. 조뙈따.."라는 대사를 읊조린다던지 말이다.
이러구 놀다가 걸렸음. 확실히 쪽팔리긴 했겠다.

근데 문제는, 이젠 이런건 너무 많이 봤다는 것이다.

신문 영화평을 보니, 이런 설정이 너무 적나라해서 불편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던데, 불편한 이유는 적나라함이 아니고 지겨움이다 .

이 영화가 보여주는 '적나라'는, 홍상수 영화부터, 요즘 한창 유행인듯한 있어보임과 동시에 쌔끈한 티 내려고 노력하는 거시기..영화들(대표작으로는 <결혼은 미친짓이다>)까지, 충분히 볼만큼 보지 않았던가.

게다가 그 적나라함이라는게 영화가 하려고 하는 얘기와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 마당에는, 그건 잠깐 한 번 웃겨보려고 하는 재미없는 쪼크를 넘어서지 못한다.

감독의 말로는 "그저 '저렇구나'라고 낄낄거렸으면 한다"고 했다던데, 지퍼에 털 끼면 아프다는거 모르는 사람 별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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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국 이 영화는 뭘 얘기하고 싶은 영환가.

여자도 바람 피울 수 있다는 거? 아줌마도 이쁘면 고삐리랑 연애해낼 수 있다는 거? 바람 피는데는 나름대로 댓가가 따르는 법이라는 거?

조또. 그거 누가 모르나? 그래서 뭐.

그게 아닌가?

뭐,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그럼 이건가.

평창동 부자동네에 사는 변호사와 무용가 부부같이 돈 많고 잘 나가면서 할꺼 다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고충과 애로사항이 상당히 많다는 거?

뭐,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닐지도 모르고. 난 그렇게 안살아봐서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거 하나는 확실히다.

요즘 같은 때, 돈내고 극장 들어온 사람들한테, 무거우면서도 지루한 분위기 만빵 잡아놓고, 그런 얘기나 하고 있는 건 실로 대단한 용기라는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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