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book
한동원의 글 수첩

[납량특집] 무서운 소리 Top 5

2004 8. 5

 

드넓은 세상에서 소위 '사회생활'이라는 걸 하다 보면,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을 종종 맞닥뜨리곤 하는데, 최근 나의 사회생활에서 마주친 최대의 미스터리는 바로 <저공비행>이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야구 중계방송마저도 녹화로 진행하는 이 시대에, 하다못해 그날 날씨 얘기 한 마디도 안 하면서, 저 지뢰밭 같은 화려한 출연진들의 라인업을 갖춰놓고 생방송을 해나가고 있는 제작진들에게 존경의 념 이외에 그 어떤 念을 바치리요.

·

하지만 불행히도, 이번에 준비했던 여름 특집 방송 '호러영화 특집'에서 그 존경의 념은 공포의 념으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방송 사고.

방송은 이미 시작됐는데, 영화 속 '무서운 소리'를 녹음해 간 CD는 전혀 읽히지 않는, 그래서 30분 동안을 말로만 때워야 하는 사태...

그렇다. 각종 종합 산고 끝에 짜 낸 특집 방송 '영화 속 무서운 소리 Top 5'는, 진행자의 멘트 마따나 "청취자들이 아니라, 우리들끼리 무서우라고 하는 호러"에 다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방송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었던가...

그 모든 해답은, 마치 이 날을 예견하기 위해 조용히 도사리고 있었던 듯한 <닥터 스쿠르> '세이코'의 대사 속에 있었다.


← 읽는 방향 ←


·

어쨌든 그런 사연으로, 방송에서는 제대로 틀어보지도 못했던 문제의 그 소리들을 다시 모아서 납량특집으로 올린다.

그렇다. 물론 자원 재활용의 차원에서다.

 

자, 이제.

조명을 끄시고,

볼륨을 올리시고,

기억력 또는 상상력을 최대한 가동해 보시길...

후후후

· ·

나름대로 뽑은

'영화 속 무서운 소리 Top 5'

· ·

5위 <링> '기어 나오기'

이미 수많은 영화들이 울궈먹고 또 먹은 스탠다드 중 스탠다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이 '기어 나오기' 장면은 확실히 무섭다.

특히, 상당히 상서롭지 못한 필을 쏟아내며 지직거리는 저 테레비의 '북.북.' 소리는 더욱.

[소리듣기]

자, 이 소리를 듣고 '북북거리는 소리만 나고 하나도 안 무섭다'는 의견을 주신 분 계셨는데, 이 의견에 동의하시는 분은 여기에서 뒤로 가기 버튼을 바로 눌러주시면 되겠다.

어차피 아래는, 소리로만 따지면 더 안 무서운 소리니깐.


4위 <미저리> '사랑해요, 폴'

<더 팬>에서의 로버트 드 니로가 야심차게 도전하긴 했지만, 역시 <미저리>의 아성에는 다소 못 미쳤다고 사료된다.

특히, 익사체에 미역 감기듯 치덕치덕 감기는 저 '"I love you"'는 로버트 드 니로로서도 결코 어떤 식으로든 대적해 볼 수 없었던, 그런 대사였을 것이다.

[소리듣기]


3위 <식스 센스> '콜의 심야 방뇨'

일단,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는 고립무원의 심야에, 마려움과 두려움 사이에서 끝없는 번뇌와 갈등을 겪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 장면은 별 거 아닌 장면일 게다.

이 대목에서 '뭐야, 그냥 싸고 오면 되잖아?'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말이다, 아니, 누군들 속 시원히 쾌변 안 하고 싶나.

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어서 그렇게 번뇌하는 거 아니겠는가.

[소리듣기]


2위 <왓 라이즈 비니스> '삐거거거거....'

교훈 : 장마철 등 습기가 많은 계절에는 집안 관리에 더욱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소리듣기]


1위 <지옥의 묵시록> '바그너 폭격'

이 영화가 영화사상 공포 영화로 분류된 적은 한 번도 없겠지만, 그래도 소리로만 따지면 이 소리가 단연 최고.

뭔가 심오한 메타포와 알레고리를 함유하고 있을 것 같지만 단순히 "(베트)콩 들이 무서워한다"는 이유만으로 볼륨 이백만으로 틀어진 저 음악.

특히 저 소프라노의 '우오오오오...' 사운드는 웬만한 공포영화의 각종 비명소리들을 완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음이다.

[소리듣기]






© 한동원 1999~
이 사이트의 모든 내용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인용시 반드시 출처를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이트의 모든 내용은 AI 학습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