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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ook
한동원의 글 수첩

<컨택트>가 도착했다

2004 6.6

 


드디어, 대망의 <컨택트> 디비디가 도착했다.


잠시 컴의 볼륨을 낮춰주시겠는가?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왔다!


개인적으로 '언제 봐도 좋은 무비 톱 10'의 최상위권에 랭크시켜놓고 있는 <컨택트>는, 필자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이미 우리나라에선 구하기 힘든 희귀본이 되어 있는 상태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긴데, 필자가 애호해 마지않는 무비들 가운데에는 희귀본이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아예 출시 자체가 안 된 비련의 무비들도 꽤 된다.

대표적으로 <스모크>나 <버스를 타라> 같은 영화들이 그 예인데, 이런 영화들이 출시 비슷한 것도 안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면, 필자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랑해서는 안 될 여인을 사랑함으로 하여, 그녀를 불행의 나락으로 끌고 들어가고 마는 저주의 사내가 되어버린 것과도 같은 심정 말이다. 내 그대를 사랑하지만 않았어도, 그대는 오래전에 출시되었을 것을... 용서하오.... 뭐, 이런 거..

여튼, 아무리 장사가 안 될 것 같아도 그렇지, 이런 디비디 정도는 예의상으로라도 나와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평을 자제할 길 없다마는,

하긴, 생각해보면, 허술한 자막 번역 때문에 놓쳐왔던 대사의 디테일을 싫건 좋건 알아먹게 된다는 장점도 있긴 하니 불평은 그만 하도록 한다.

· ·

어쨌거나.

이미 '결정적 대사'와 '결정적 장면'을 통해서 얘기했던 적이 있다만, 이 영화는 수많은 결정적 대사들의 보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글들을 날렸던 TV라는 매체의 다크포스 때문에, 정작 필자가 <컨택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에 대한 얘기는 할 수 없었다.

<컨택트>의 맨 첫 대사인 그 대사.

그 대사는 바로 이것이다..

"CG, 여기는 W-9 GFO, 여기는 W-9 GFO, 응답하라."

엄마 가슴에 매달려 있는 갓난 아기처럼, 무선통신기의 마이크에 매달려서 호출부호를 반복하는 어린 엘리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 또한 언젠가는 그녀가 갔던 곳만큼이나 먼 곳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되곤 한다.

그래서 가끔 저 대사를 중얼거릴 때가 있다.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 ·

CQ,

여기는 W-9 GFO, CQ, 여기는 W-9 GFO,

응답하라.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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