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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ook
한동원의 글 수첩

<블루스 - 소울 오브 맨> 개봉에 부쳐

2004 5. 15



 

 



리도 없이 소문도 없이

광고도 없이 찌라시도 없이

포스터도 없이

개봉관도 거의 없이

한마디로 조또 아무것도 없이

<블루스 - 소울 오브 맨 (Blues - The Soul of a Man)>이 개봉되었다.



도저히 돈 들인 만큼 뽑아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가 빔 벤더스의 영화라는 이유로, 그리고 그의 음악에 대한 다큐라는 이유로, 이 영화를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 억지로 꿰다 맞춘 말도 안 되는 광고 따위를 하지 않은 건 참 고마운 일이다.

만일 그랬다면, 쿠바 음악의 달짝지근하고도 산들바람 같은 멜로디를 기대한 많은 사람들이, 블루스를 더 어려워하고 더 미워하게 됐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요즘, 옛날의 진짜 블루스는 난해한 음악이 되었다.

아무런 장식도 없고, 아무런 욕심도 없고, 아무런 야망도 없는,

맨밥 같은 음악은, 그렇기 때문에 당대 최고의 난해한 음악이 되었다.

정말 그렇다.

욕심과 야망과 기교와 유행과 장식과 과시와 허영과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수많은 일회용 음악들이 끝없이 흘러넘쳐 지나가는 요즘,

블루스는 난해한 음악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이 단순한 영화도, 난해한 영화일 수밖에 없다.

·

하지만, 때는 저절로 밀리는 게 아니다.

힘을 줘서 벅벅 밀어내야만 밀리는 게 때다.

한 번 때를 밀었다고 해서, 때가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건 아니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잠시나마 우리의 때를 벗겨준다.

귀뿐만이 아니라, 영혼에 끼어 있는 때까지도.



"우리의 가장 낮은 곳을 살피며,
우리를 가장 높은 곳으로 데려다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블루스이다."

- <블루스 - 소울 오브 맨> 중에서



:: Maria Muldaur & Taj Mahal ::
"Soul of a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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