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선언] 대통령 음모론, 증거를 포착했다!
2004.3. 15 (월)
- 이 글은 딴지일보 탄핵가결 특별판 기고 글입니다 -
장기간 청소 소홀 반지하 자취방바닥의 수호자이자, 뭔 일만 터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약방의 감초인 음모..
바로 그 음모가 또다시 등장하였다.
그동안, 미묘한 곡률을 자랑하는 그 특유의 꼬이고 말린 형상 덕분에, 주로 뭔가 엄한 짓 했다가 꼬이고 말린 집단의 상징적 표상으로서 즐겨 채택되어오곤 했던 음모..
그렇다. 그 음모가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음모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요약 브리핑해볼작시면 다음과 같다.
[요약]
금번 탄핵안 가결을 이뤄낸 가공할 음모의 전모
1. 탄핵 할려구 하는데, 뭔가 쪽수가 채워지지 않는다.
2. 근데 조또 멍청한 대통령이 고맙게도 사과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해줌으로써, 용을 써도 잘 안채워지던 쪽수가 냅다 채워져 버렸다.
3. 덕분에 우리는 탄핵안 스무스하게 처리했다. 지켜봐주시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자칫 딱딱한 법적 절차를 지켜보는데 무료해 하실것을 우려, 전문 무도인들의 인간 격리술 시범까지 곁들여서 전국 생방송으로.
아... 근데... 그랬는데도... 그런 자상한 배려까지 했는데도..
4. 여론이 안좋다.
그것도 왕창.
지지율도 왕창 떨어졌다.
5. 근데 그거, 최소한 총선때까지는 절대 만회 안될꺼 같다.
6. ..... 뭔가 조뙜다는 느낌이 밀려온다.
7. ..........
8. 그리하여 마침내, 명명백백하게도, 지금까지의 모든 일련의 과정은 음모였다는 것이 밝혀지고야 만다.
특히, 그 중에서도 우리들이 그리도 훌륭한 껀수로서 인정해 마지 않았던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알고보니 그 음모의 정점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고 만다.
언제나처럼 뒤늦게.
그렇다.
이것이 금번 드러난 청와대 측의 음모의 전말이다.
모든 것은 치밀한 음모에 의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음모는 더 이상 지하 자취방 바닥, 화장실 백색 변기의 모서리 주변, 바지 지퍼 틈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음모론의 가장 큰 문제는, 이렇다 할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증거가 포착되었다!!
그것도 탄핵이 가결되던 바로 그날 TV를 통해서.
그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이던가.
그는 다름아닌, 국회의장의 탄핵가결 선포시 결정적 순간에 잠시 마이크가 나갔던 것, 바로 그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었던 것이다.
뭔소리냐.
아시다시피 국회의장의 선포는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안이 가..."에서 갑자기 뚝 끊기고 말았다. 이를 탄핵반대세력의 집단난동으로 인한 접속불량으로 보는 측도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 진실은, 탄핵가결이 대통령의 음모임을, 평소 구슬 쓰다듬기로 연마해 온 영적 감각에 의해, 가결 선포도중 기적적으로 직감해버린 국회의장이 "탄핵안이 가라였음을 선포합니다"라고 하려 했던 것을, 이를 또한 기적적으로 눈치챈 대통령 측이 "가.."라는 단말마의 소리만을 들리게 한 뒤 순간적으로 마이크 잭을 뽑아 저지, 전국민에게 "탄핵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로 착각하여 들리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과연 놀랍다.
청와대 측은 초 단위까지 계산에 넣은 이러한 치밀하고도 민첩한 공작을 통해 마침내 탄핵안 가결이라는 음모를 기어코 완성해내는 폭거를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이렇게 명백한 음모의 증거가 있었음에도, 음모론을 제기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태도는 과연 어떠한가.
그저, 은근슬쩍 요실금 필로다가 그런 얘기 흘려보다가, 분위기 좋은 거 같으면 더 우기고, 안 좋은 거 같으면 베시시 웃음을 흘리며 농담이었다는 식으로 뮝기적 넘어가려는 소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 아니한가. 음모를 다루는 자들로서의 이러한 소심한 태도를 단호히 배격하며, 그들의 자격을 심히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음모론 제기 측은 본질을 직시하라. 문제의 본질은 근거나 분위기 따위가 아닌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오로지, 위 사실을 증거 창작의 소재로서 채택해내지 못했던 음모론 제기 측의 경직되고도 과감하지 못한 창작 태도였을 뿐이었던 것이다.
또한 더불어,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본다면 더 다양한 사회 분야 곳곳에서 대통령의 음모를 발견해낼 수 있음에도, 오로지 정치 분야에만 한정시켜 음모를 창작해내는 고정관념 또한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편협하고 협소한 시야야말로 음모론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최근의 발모제 시장의 급성장이, 대한 발모제 생산업 중앙회와 청와대가 결탁한 음모의 결과라는 사실이 음모계에서 간과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청와대 이발소 측은 안 그래도 많은 대통령의 머리숱을 마치 꽃꽃이 받침대마냥 촘촘하고도 빳빳하게 세워놓은 뒤 TV에 출연시킴으로써 탈모인들의 질투와 투지를 자극, 발모제 매출을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청와대 측은 고도의 분장술을 통하여 화성의 대협곡을 방불케 하는 이마의 거대 주름을 특히 강조함으로써, 이미 자포자기의 단계에 이른 고령의 탈모인들마저도 자극, 발모제 시장의 확장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 또한 경주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것이야말로 '포퓰리즘에 입각한 미디어 선동 정치', 그리고 '정경유착적 권력형 비리'의 전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음모계가 변해야 할 때다.
음모계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음모론 애호세력은, 일단 말리고 꼬이고 조뙜 거 같으면 우기고 보자는 식의 기존의 낡은 수법으로는 더 이상 음모론계의 선두주자의 자리를 지켜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며, 다양한 소재 개발과 적극적인 창조정신만이 시대의 흐름에 부합해내는 길임을 각인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 없이 음모계의 미래는 없다.
아무쪼록, 음모론 애호세력의 생존을 위한 음모 창작자들의 환골탈태와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 초대 딴지 영진공 사무총장 겸
한국 음모 창작인 전국연대 회장
한동원
[덧붙여서]
1. 필자는 조선, 중앙, 동아 등의 일간지에서 제기하고 있는 '탄핵정국 불공정보도 근절 캠페인'에 적극 동참코저, 아래에 야당을 위한 음모론 또한 한가지씩 소개한다.
- 한나라당 : 원내총무의 느끼한 눈빛과 매혹의 바리톤과 문어체적 어휘선택은 태생적인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역시 김치 소비 촉진 운동본부와의 치밀한 음모로 인해 연출된 결과다.
- 민주당 : 최근, 조혜련이 벌인 일련의 골룸행각은 민주당 대표와의 치밀한 사전조율에 의한 음모의 결과다.
2. 한편, 마이크 잭을 뽑은 사람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분의 신원을 알고 계신 분들은 본 '한국 음모 창작인 전국연대'의 지부가 설치되어 있는 가까운 정신병원에 즉각 신고해주시기 바란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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