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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ook
한동원의 글 수첩

보라빛 악몽

2004 3. 2



늘은 지난번에 잠깐 언급했었던 퍼즐 얘기.

게시판에 을 올리신 분(chron님)께서 퍼즐 맞추기의 세계에서는 "높은 경지는 존재하지도 않는 듯" 하다고 하셨는데, 흠, 그건 결코 그렇지 않다.

아주 예전에 방영된 <믿거나 말거나>풍의 한 TV 프로에서, 필자는 지그소 퍼즐 맞추기에서 최고의 경지를 달성한 형제를 목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퍼즐계의 조치훈이라 할 수 있는 이 형제는, 보통 5000조각 지그소 퍼즐을 반나절이면 다 맞춘다고 한다 (물론 한 사람이 맞출때의 얘기).

그런데,

그런 그들이, 둘이서 한꺼번에 달려들어 무려 5일 낮밤을 꼬박 씨름 해야했던 최고 공포의 퍼즐이 있었으니, 그 이름 바로


"보라빛 악몽 (Purple Nightmare)"


이다.

이 퍼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그림이며 글씨며 아무것도 없이 완전 똑같은 색의 보라색 퍼즐 조각 5000개로 이루어진 퍼즐,

즉,

모양 이외에는 그 어떤 힌트도 없는 퍼즐,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10분만 들여다 보고 있어도 웬지 보름달 쳐다보고 울부짖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 보라색을 5일 밤낮을 쳐다보며 기어이 그걸 맞춰내고야 마는 애들도 놀랍지만, 사실 이런 퍼즐을 만들어낼 생각을 한 애는 더욱 놀랍다.

더구나 이 퍼즐 조각들이, 다들 비슷비슷한 모양을 하면서도 완전히 똑 같은 모양은 단 하나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내야 했던 걸 생각하면 말이다.

· ·

근데,

그림은 있는데, 조각들의 모양이 전부 같은 퍼즐은 어떨까?

흠, 그것 역시 만만찮겠군...

역시 다들 똑같다는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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