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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ook
한동원의 글 수첩


[속보] 에릭 클랩튼의 새 앨범!

2004 2. 10



금 친구에게서 전해들은 속보.

에릭 클랩튼 큰형님이 다음달에 드디어 새 앨범을 발표한다고 한다.

우후후후후후후...

우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과연 이 소식은 <태극기 휘날리며>가 남긴 기동타격의 여파를 깨끗이 씻어내고도 남음이 있는, 최고의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 앨범의 컨셉이 또 남달라, 다름아닌 로버트 존슨의 리메이크다.

걔가 누구냐구?


로버트 존슨이라고 하면, 블루스 기타의 주법이 거의 탬버린이나 캐스터네츠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던 1930년 경,

당시로서는 혁명 그 자체였던 엄청난 연주를 해줌으로써 이후 블루스 뿐만이 아니라 각종 음악 기타맨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말하자면 블루스 기타의 박혁거세같은 존재가 아니더냔 말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최고 걸작으로 랭크될 것 같은 예감을 주기에 충분한 <20세기 소년>의 10권에도 로버트 존슨의 얘기가 나온다. 대사는 이렇다.

"20세기 초 미시시피에서 일어난 일이다..(저벅) 로버트 존슨이라는 남자가 십자로에서 악마를 만났다. (저벅 저벅) 그는 악마에게 혼을 파는 대신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을 손에 넣었다."

뭐, 만화 얘기처럼 실제로 혼을 판 건 아니고(그런게 어딨냐), 갑자기 사라진지 여섯달만에 동료인 '손 하우스'와 '윌리 브라운' 앞에 나타나서,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엄청난 연주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돌았던거다.


그런데, 이 페이지의 마지막 컷의 그림이 에릭 클랩튼의 2001년 라이브 앨범의 자켓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은, 상당히... 거시기 하다..



지금 들으면 그냥 드럼통에 철사줄 매달아놓고 땡땡거리면서 꼬장부리는 소리같지만, 그의 연주는 여전히 놀라운 것이다. 들을때는 뭐꼬..하다가도, 막상 카피를 해보는 순간 그 연주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런 그가 남긴, 이제는 블루스의 쌩기본 레파토리로 굳건히 자리잡은 주옥같은 넘버들을 에릭 클랩튼 큰형님이 리메이크를 한다니 어찌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있을쏜가.

물론 크림(Cream) 시절 이전부터 "Crossroads"나 "Ramblin' on my mind" 같은 로버트 존슨의 곡들을 연주해왔더랬지만, <렙타일(Reptile)> 같은 절대 명반을 발표하고 난 다음에 나오는 리메이크이니만큼, 벌써부터 가슴이 벌렁거릴라구 하는 걸 억제하는데 상당히 애로사항 많다.

·

늙을수록 점점 더 과도하게 멋져지는 에릭 클랩튼 큰형님...

그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다.



:: Jimmy Rogers & Eric Clapton ::
<Blues All Day 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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