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 30
최근, 내리기 직전의 <아타나주아>를 아주 아슬아슬한 턱걸이로 봤다.
그게 뭐냐구?
먹는거냐구?
하긴 이 영화, 서울에서만, 그것도 한 극장에서만 개봉했던 영화였으니 모르는 분들이 속출하는 것도 나름대로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아타나주아>는 대부분의 훌륭한 영화들이 그러하듯, 첫 30분만 잘 버티면 그 다음부터는 내내 해피한, 그런 영화다. 사실 첫 30분의 괴로움도, 스미스 요원 떼 만큼이나 분간 안되는 배우들의 생김생김이 촉발시킨 아노미 때문이었으니, 뭐 투덜거릴수만도 없겠다.. 여튼,허벌 추운데다가 조또 볼 영화도 없던 올 설 연휴에, <아타나주아>는 마치 새벽의 편의점같은 따끈한 피난처에 다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골때리거나 웃기거나 감격스럽거나 멋진 장면들 가운데서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장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애정표현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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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작시면, 에스키모들은 속에 거의 아무것도 안 입은 채 아폴로호 우주복 만큼이나 두꺼운 가죽 털옷 하나만을 덜렁 입고 겨울을 난다.
그런데 오랜 시간동안 생사를 모르고 이별해있던 주인공 부부가 다시 감동의 상봉을 하는 장면에서, 아내 '아투아'는 남편 '아타나주아'에게 "당신은 영원히 나의 늑대야"라는 귀엽고도 멋진 대사를 읊으며...
허리춤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는다.
그 시퍼렇게 차가운 손을 말이다.
당해보신 분들은 굳이 설명치 않아도 아실꺼다. 한 겨울에 누군가 갑자기 목덜미에 손 집어넣으면 그 얼마나 자지러지는 고통이 엄습하는지 말이다.
근데 하물며, 겨울 북극의 눈덮인 벌판에서, 그것도 목덜미도 아닌 허리춤에 손을 쑥 집어넣는걸 당하는 사태.. 우우, 그건 정말이지 상상도 하기 싫다.
그런데도 남편 '아타나주아'는 일말의 움찔조차도 하지 않은채 '아투아'를 끌어안고 연신 코를 비벼대면서 "매일매일 보고 싶었어..." 등의 대사를 읊을 뿐이었던 것이다.
아아...
진정한 사랑이 별거더냐.
한 겨울에 허리춤으로 쑥 들어오는 손조차 견뎌낼 수 있는 거.
바로 그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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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타나주아>의 종영을 아쉬워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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