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 20
어느 부분을 펼쳐도 재미있는 소설이 있듯, 어느 부분부터 봐도 항상 재미있는 영화가 있는데, <어바웃 어 보이>도 그런 흔치않은 영화 중 하나다.
그래도, 그 수많은 주옥같은 장면들 중 가장 멋진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윌과 마커스가 듀엣으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부르는 장면을 꼽겠다.
갱스터 랩과 강력 헤드스핀과 하드락과 헤드뱅이 난무하는 학교 락 콘서트 경연대회에서 리코오–더 반주자 한 명만을 대동한 채 'Killing me softly..'를 부르는 "사회적 자살"을 감행하려던 마커스.
결국 "예술적 견해차"로 인해 반주자마저 냅다 도주해 버리고, 그는 절대고독의 도가니탕으로 빠져들고 만다.
한 겨울의 냉장고 같이 휑뎅그렁한 무대 한가운데에 탬버린 하나 들고 홀로 선 채 각종 비웃음과 야유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오로지 우울증 엄마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순교해가던 그...
그런 마커스에게 난데없이 들려온, 윌의 오부리 풍의 기타 인트로는 천상에서 들려오는 나팔소리에 다름이 아니었을 게다.
그리고 그냥보이와 늙은보이로 이루어진 그 이상한 듀엣은,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들을 마술 속으로 몰아넣는다.
우정이라는 테크닉으로 만든 따뜻함이라는 마술 속으로.
![]()
· ·
듀엣이 끝난 뒤, 윌은 마커스를 확실하게 구제해주기 위해 홀로 십자가를 진 채 가시밭길로 걸어들어가는 필로 강력 솔로주접을 개시하지만, 그럴 필요는 별로 없었다.
우리는 이미, 둘의 노래에 스리슬쩍 오케스트라의 스트링 섹션이 끼어들기 시작했을 때쯤 ‘구원’이라는 거하디 거한 말의 뜻을 실물로 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 Marcus & Will ::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 •
ps. 드디어, 올 설 연휴에는 TV로 <반지의 제왕>을 보게 되는군요. 우후후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