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 10
![]()
64년 '오리지날' 우드스탁의 포스터
오늘은 제대로 마음먹고 <우드스탁 99> DVD를 틀었다.
지금까지, 마치 정석의 '집합' 부분 보듯, 매번 첫빠따 밴드인 G.Love & Special Sauce만 보고 껐던 것을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야지...
...했었는데, 역시나 CD 듣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조또 뜻뜨미지근한 공연이 줄줄이 사탕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10분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
' 버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넘기고, 넘기고, 또 넘기고... 그것은 거의 떡무비 관람시와 다를 바 없는 FF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갑빠로만 보면 뮤지션이라기보다는 레슬러 쪽에 훨씬 더 가까운 애들이 하얀 런닝구 쪼가리 하나만 걸친 채 열심히 헤집고 다니는 컨셉이 주류를 이루던 그 무대에서, 거의 유일하게 눈에 띄었던 대목은 크리드Creed가 나오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물론 그건 크리드 때문이 아니었다.
걔네들과 함께 등장한 도어스Doors의 기타맨, 로비 크리거Robby Krieger 때문이었다.
예의 그 와인색 ES335를 들고 올라온 로비 크리거...
까만 반팔티를 노란 기지바지 속에 단정히 여며 넣은 채, 송아지 허벅다리만큼이나 두꺼운 갑빠를 소유한 젊은 멤버들 사이에 서 있던 그. 당연히 그의 길지 않은 다리, 줄어든 머리숱, 그리고 늘어진 주름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
이제는 할아버지급이 된 로비 크리거...
하지만 그가 노련한 목수처럼 땡겨주는 로드하우스 블루스Roadhouse Blues의 그 짜릿한 인트로가 시작되면서, 무대는 순식간에 그의 중력장 속으로, 아니, 그가 그 똑같은 기타를 쳤던 60년대 말의 중력장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하여, 그의 전매특허인 아슬아슬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몽롱한 솔로가 시작되면, 어디선가 가죽 빽바지를 입은 짐 모리슨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시작되었던 것처럼, 잠깐 동안의 마술은 로드하우스 블루스의 엔딩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우드스탁 99는 또다시 풍요에 지친 미국애들의 초대형 캠핑장으로 돌아가고 만다. DVD의 엔딩을 장식하던 한 여자 관객의 마무리 멘트마따나 "섹스, 약, 그리고 락앤롤"만 가득한 거대한 놀이터로 말이다.
하긴 남의 동네 잔친데, 그게 어떻게 되건 뭔 상관이냐고 해버리면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3일간의 평화, 그리고 음악"을 모토로 내걸었던 64년의 우드스탁이, '우드스탁'이라는 간판만 남겨두고 몽조리 사라져버린 현장을 보는 건 아무래도...
서글픈 일이다.
• •
99년 우드스탁의 기타 네크에 앉아있던 새는 과연 무슨 새였을까.
혹시 그 새는, 64년의 비둘기를 가장한 살찐 대머리 독수리 새끼가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