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2. 19
대체 무슨 소리냐!며 발끈하실 분들이 많으실 줄로 안다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개인적으로는 그닥 별 감흥이 없는 영화였다.하지만 필자에게 이 영화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을 보유한, 말하자면 결정적인 한 방 덕분에 영원히 기억에 각인되고 만 그런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그 한 방의 주인공은, 젊어서나 늙어서나 어떻게든 한껀 해주지 않고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우리의 클린트 형님이다.
근데 그 장면이란 과연 어떤 장면인가.
때는, 두 남녀 주인공의 불같던 며칠이 지나고 바야흐로 영화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어느 비오는 날, 남편과 읍내에 장을 보러나간 메릴 스트립 누님은 먼저 장보기를 마치고 트럭 안으로 돌아와 앉는다. 그리고, 길 건너 저편에 비를 맞고 서서 자신을 쳐다보는 누군가에게 눈길이 멈춰서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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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는 다름 아닌, 클린트 형님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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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과 반가움, 그리고 그를 넘어서는 감정들로 서서히 얼굴이 굳어가는 메릴 스트립 누님...
그런 그녀를 향해,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서는 클린트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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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메릴 스트립 누님의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이 화면 가득 비춰지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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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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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끝도 없이 내리던 비로 인해 수박 줄무늬마냥 두피에 밀착되어 버리고 말았던 클린트 형님의 안타까운 머리숱..
화면 가득 골룸스러운 애처로움을 흩뿌리던 그 毛들은, 필자의 가슴을, 장마철에 내다널은 기저귀마냥 한큐에 적시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얘기한다.
남편과 함께 트럭에 타고 있던 메릴 누님이 차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앞 트럭의 운전석에 앉아있던 클린트 형님의 품으로 달려가지 못했던 수많은 이유들에 대하여.
하지만 아무래도 필자의 소견으로는, 메릴 누님이 끝까지 차마 차문을 열지 못했던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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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애닲은 이야기의 교훈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 수 있겠다.
(1) 비는 함부로 맞을게 못된다. 탈모人들이라면 더더욱.
(2) 아무리 설정 그런 게 중요하다 하더라도, 먼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고려해야 한다.
(3) '함축적 눈빛으로 암시' 뭐 이런 거보다는, 그냥 말로 하는 게 더 나을 때가 많다. 특히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이들이야말로 수박化와 두피 노출의 위험마저 감수하며 줄줄 비를 맞던 클린트 형님이, 본의 아니게 우리에게 던진 가르침일 것이다.
아, 클린트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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