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사양 Manhattan
용도 친구관계
유머성 •••• 공격성 • 친근성 ••• 응용 난이도 ••• 암기 난이도 •
“한 30초 정도는 완전 영웅이었지만, 이제 난 실업자가 됐어.”
“돈이 필요하면 빌려줄께.”
“돈은 무슨... 최소한 1년은 먹고 살 수 있어.
간디처럼만 산다면 괜찮을꺼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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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mmar & Structure
사양을 할 땐 아무거나 대충 나오는 대로 읊조려주면 그만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사양이 너무 뜻뜨미지근 했을 경우 오히려 역으로 ‘아, 또, 뭐 이런걸 다...’ 필의 강력한 수락과 감격의 의미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아직 줄까 말까를 완전히 결정하지 못한 상대방을 당황시키게 되며,
반대로 너무 칼같이 했을 경우 상대방에게 상처를 줌과 동시에 행여 나중에라도 뭔가 부탁할 일이 발생했을 때 후일을 도모할 수 없게 되는 등, 알고 보면 상당히 미묘하고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바로 사양의 상황인 것이다.
결국 이 상황에서의 관건이 되는 것은, 나름대로 거절 의사를 확실히 밝히면서도, 은근히 일말의 여지를 남겨놓는 외줄타기 테크닉이라 하겠는데, 이의 좋은 예가 바로 위 문장이다.
즉, 이 구문은 ‘니 도움 없이도 1년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를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앞부분과, ‘뭐, 간디처럼만 산다면야...’라고 꼬리를 내리며 여운을 남기는 뒷부분이 교묘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급한 사양 테크닉이 구사된 문장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대목은 물론 ‘마하트마 간디 우짜고...’ 부분이라 할 것인데, ‘간디’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0.17초 내로 떠오르는 청렴결백 근검절약 체중감량적 비주얼이 말하는 사람의 비주얼과 갑자기 겹쳐지게 됨으로써 얻어지는 충돌 효과는 이 대사를 매우 훌륭한 쪼크로 만들고 있을 뿐더러, 쪼크를 가장하여 은근슬쩍 후일을 도모할 여지를 남겨두는 기능성마저 확보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혹 마하트마 간디를 타 인물로 교체하고 싶으신 독자가 계시다면 ‘간디’ 부분을 (마늘쑥 먹은 그) 웅녀, 골룸, 고행하는 석가모니 등의 인물이나 캐릭터 등으로 대체해 주셔도 무방하겠다.
| Application
보시다시피 위 구문은 “( A ) 수 있어. ( B )만 하면.”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서 B 부분에 적절한 문장을 대입해 넣는다면, 이 구문은 각종 다양한 상황에서 폭넓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단, 여기에 A 부분에 들어갈 문장은 뭔가 불가능하거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수록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겠으며, 또한 B 부분은 꺾어주기(속세 용어로는 ‘반전’ 또는 ‘의외성’)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효과적이라는 점을 기억해두시기 바란다.
아래 조견표에는 몇 가지 A와 B의 예를 적었다. 각 A, B가 읊어지는 영문을 추측해보시면 두뇌개발과 치매예방에 매우 유익할 것이라 사료된다. 그 의학적 근거 같은 걸 문의해오시면, 버럭 화나지 물론.
A B 우리도 백 살 넘게 장수할 몇몇 정치인들처럼 살기 걔, 기네스 북 변신/변장
부문에 실릴두어군데 더 고치기 나, 저거 맛있게 먹을 자기가 사주기
| Bad Example
(결의에 찬 표정으로 타오르는 석양을 향하여 두 주먹 불끈 쥐며)
“나도 훌륭한 마라톤 선수가 될 수 있을꺼야. 이봉주 선수처럼 쌍꺼풀 수술만 한다면..”
| Summary
누군가의 호의를 사양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념하여 대사 행각에 임하시오.
- 지나치게 뜻뜨미지근한 사양은 오히려 강한 오케바리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반대로, 지나치게 단호한 거절을 하게 되면, 후일을 도모할 여지가 제로가 되어 버리는 수가 있다.
- 따라서, 일단 단호한 거절을 한 뒤, 말미에 “~처럼만 산다면...”이라는 여운을 남김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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