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작업착수 기법 About a Boy
용도 작업
유머성 •••• 공격성 • 친근성 ••• 응용 난이도 ••• 암기 난이도 •••
“이런, 말도 안돼. 그래서, 남자친구는 뭐라고 했어요?”
잠시 간격
“잠깐, 잠깐만. 남자친구가 없다구요?
이런 인권유린human-rights violations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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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mmar & Structure
본 장에서는 2개월 이상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는....지 안하는지, 어쨌든 허구헌날 애인을 갈아치우는 초단기 연애행각 애호가 ‘윌’이 오랜 기간의 실전 경험을 통하여 확립한 작업 착수 기법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위 대목은 주인공 ‘윌(휴 그랜트)’이 심심함에 겨워 몸부림치던 나머지, 완전히 운동삼아 국제 사면위원회에서 전화상담 자원봉사를 하던 당시 날려주는 대사다. 이 대사는 초단기 연애행각 애호가인 윌의 정체성이 잘 드러내는 대사라 할 것이다.
그러한 애호가가 날려준 대사인 만큼, 여기에는 목표한 여성(또는 남성)을 공략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두 가지 고급 테크닉이 숨어있다. 하나씩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① 사전포석 - 우회적 정세분석
우선 첫 번째로 "농담이겠죠? 그래서, 남자친구는 뭐라고 했어요?" 구문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 대목의 핵심은 이성 공략에 있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프리 프로덕션 (pre-production)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점유 여부 파악 테크닉이다. 여기에선 "남자친구는 뭐라고 했어요?"라는 대목이 이 테크닉의 핵을 이루는 중추적 표현되겠다.
실제 영화를 보시면 이해가 더 빠르겠지만, 이 대사는 상대방에게 남자친구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당연한 전제로 깔아둔 듯한 느낌으로, 무위자연적 필로다가 스무스하게 읊어진다. 이것은 필수 조건이다.
자신이 얘기하고 있는 상대 여성에게 당연히 남자친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듯 대사를 치는 테크닉. 이 테크닉을 통해 유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 그 첫번째는, 상대방 여성(또는 남성)의 자부심을 고양시켜주는 효과이다. 상대에게 이성친구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아주 당연한 사실로 깔고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당신같이 괜찮은 사람한테 설마 이성친구가 없겠는가'라고 하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 두번째는, 경계태세 완화 효과이다. 상대방에게 임자가 있을 것이라는 걸 전제로 깔고 있는 듯한 가식 기법은, 상대에게 뭔가 작업의 념을 품고 접근하고 있다는 끈적한 필을 은폐시킴과 동시에 순수한 우정.. 뭐 이런 비스무리한 걸로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 그리고 세번째, 점유여부 확인 효과이다. 이 대사를 "저.. 혹시.. 마음을 함께 나눌 좋은 분을 곁에 가까이 두고 계세요?" 같은 구려터지고 극악무도한 대사와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질문형 따위는 전혀 띠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이성친구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이 대사의 우수성은, 굳이 이런 비교를 통하지 않더라도 쉽게 파악되리라 믿는다.
동시에 이 대사는, 상대방에게 이성친구가 있는 불운한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제 남자친구는요.." 등의 대사를 유발시킴으로써, 남자친구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또는 재수가 좋다면 불만)을 자연스럽게 청취할 수 있도록 하는 유도심문적 기능을 발휘해 준다. 정보가 바로 힘이 되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대사의 효용성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하시리라 믿는다.
② 공략개시 - 거대담론 기법
두번째로, "잠,잠깐, 잠깐만. 남자친구가 없다구요? 이런 인권유린을 봤나.." 구문에 대해 논해보도록 하자. 말할 것도 없이 이 대목에서 가장 절묘하고도 위력적인 대목은 '인권유린'이라는 단어의 구사이다.
[주]일단, 국제 사면위원회의 상담원이라는 입장을 이용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는 데 대한 일말의 죄책감 따위도 전혀 가지지 않은채, 외려 그것을 십분 작업에 활용하는 윌의 낯짝 두꺼움에 대한 비판 등등은 당 서적의 본분이 아니므로 넘어가도록 한다. 난 그거 도대체가 기분나쁘다고 사료되시면, 아 그럼, 이 부분은 읽지 말고 냅다 다음 표현으로 넘어가 주시면 되겠고.
위 대사의 원문을 직역해보면 "(우린 지금) 인권유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군요!"쯤이 될텐데, 윌의 타고난 느물느물함과 다수의 경험으로 단련된 스무스함으로 미루어볼때 "이런 인권 유린을 봤나.."로 번역하는 것이 훨씬 더 '고급백수 윌'의 느낌에 근접해있다 할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말투는 그 혼잣말스러운 탄식필로 인해 훨씬 자연스럽고 용이한 실전 적용을 가능케한다. 그렇다. 은근히 스리슬쩍 흘려주는 맛.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이 대사의 중핵이라 할 수 있는 '인권유린'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기법과 효과는, '거대담론 기법'과 그로 인한 '쪼크 효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명칭만으로는 뭔가 생소한 지식인 필을 물씬 풍기는 이 '거대담론 기법'... 하지만 본서는 어려운거 하라구해도 잘 못한다는 건 이미 주지하고 계신 일일터, 어려워마시라. 이는 다름아닌, 일반적으로는 제대로 각잡고 연구/분석/실증/고찰할 분야가 아니라고 언급되는 분야에 대하여, 뭔가 거한 개념을 도입하는 테크닉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쉽게 고쳐 말하자면, 사소한거 가지고 진지하게 각잡고 흥분하는 기법을 말하는 것이다.
이 경우, 윌은 자신의 지위를 그대로 남용한 거대담론적 대사 '인권유린'을 연애질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윌은, 상대방의 독수공방이야말로 그 어떤 사안보다도 중차대한 문제이며, 자신은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숙고/타개할 의사가 있음을 구렁이 담 넘어가는 필로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단 한 단어로. 실로 놀라운 수준의 테크닉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렇게 올바르게 구사된 거대담론 테크닉은 자질구레함과 거대담론스러움이 충돌함으로써 발생하는 ‘쪼크 효과’를 낳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보다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에 이바지하게 된다.
| Application
위에 언급된 대사는, 대부분의 작업 착수 상황에서 수정없이 구문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단, ‘인권유린’이라는 단어는 상대와 자신의 직업 등에 맞춰 적절하게 타 단어로 대체해도 좋다. 즉, 아래 구문을 암기한 뒤,
“그래서, 남자/여자 친구는 뭐라고 했어요?
뭐라구요? 남자/여자 친구가 없다구요?
잠시 간격을 둔 뒤, 홀로 탄식하는 듯한 느낌으로
이런 ( )을/를 봤나...“
괄호안에 들어갈 단어를 교체하면, 작업을 위한 프리 프로덕션용 대사로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교체용 단어의 예로는 ‘세계 8대 불가사의’, ‘국익 손실’ 등을 들 수 있다. 단, 단어 교체에 자신이 없을 경우, 억지로 뭔가 해보려고 용쓰시지 마시고 그냥 ‘인권유린’을 그대로 사용하실 것을 권장한다.
| Bad Example
“그래서 남자 친구는 뭐라고 했는데요?
뭐라구요? 남자 친구가 없다구요?
이런 왕따를 봤나....“
| Words & Phrases
1. 인권유린 (human-rights violation) :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각종 잡스런 행위의 한 분야로서, 당하면 상당히 지속적으로 기분드러운 거. 경우와 상황에 따라 각종 많음. 이에 대하여 더욱 상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알고 싶으신 독자의 경우, 본서에는 문의하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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