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못보게 하지 그랬어

투덜군, <제니 주노>에 '13세 이상 관람불가' 등급을 주장하다

 사실 영화가 무슨 죄인가.

 모든 문제는 이 영화를 필자같은 자가 보았다는데서 출발한다.

애초에 이 영화가 ‘13세 이상 관람불가’ 가량의 등급이었던들, 매일 아침 창가에 스미는 찬란한 햇빛 받아 오색 영롱한 무지개 빛을 온 누리에 흩뿌리는 순수의 이슬 방울만 먹고 자라난 ‘유복한 집안의 전교 5등’ 여류 청소년과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 남성 청소년 커플의 예쁘고도 앙증맞고도 순수미 범람하는 사랑을 그린 이 영화가,

오랜 시간동안 현실의 때에 노출되어 온 오염된 눈으로 감히 폄훼코저하는 필자같은 꾸리꾸리한 연령층의 관객들로부터 철저히 격리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 순수의 화신이 투덜의 도마위에 오르는 불미스러운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을 터였다.

발목에 팬티가 걸려있는 여류 청소년의 알다리를 따라내려가는 첫 장면부터, 그 여류 청소년이 임신 뒤의 몸매 변화를 확인한다는 명목하에 팬티와 브래지어만 착용한 채 거울을 장시간 들여다 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그리고 무슨 ‘금삼의 피’도 아닌 것이, 피 쫌 흘리는 남자친구를 부축했다고 피가 듬뿍 배어들어버린 브래지어를 한참 들여다보는 여류 청소년을 보여주는 장면,

또한 자신에게 웨딩 드레스를 입히러 온 친구를에게 둘러싸여 또다시 그 본의 아닌 비키니 패션을 선보이는 장면 등등을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소위 ‘로리타 마케팅을 위한 적극적이고도 노골적인 포석’이니 어쩌니 하는 인간 박테리아적 시선만을 던지기를 일삼는 필자같은 자들에게는 처음부터 당 영화의 상영관 반경 20미터 내로의 접근을 금하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져야 했다.

그렇다.

전체 이야기의 흐름과는 거의 100%에 가까운 순도로 관계 없는 성교육 수업 장면을 굳이 삽입함으로써, 무지와 불건전의 구렁텅이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정확한 성지식을 보급하고 건전한 성의식을 함양시켜주고저 노력을 경주하려 했던 <제니 주노> 주최측의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충정을 향해,

‘저것은 청소년 성문제를 장삿속에 이용해먹었다는 비난을 모면해보고자 하는 면피용 장면이 아닌가’ 하는 상서롭지 못한 눈초리나 던지는 필자같은 자에 대해서, 주최측은 법원에 관람 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도 제출했어야 했음이 옳았다.

사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화면이라도 ‘허구적 순수성’을 위해서라면 냅다 들어낼 수도 있다는 원칙을 다름아닌 사법부가 팔 걷어 붙이고 나서서 천명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라면, <제니 주노>의 의심할 여지없는 순수성을 폄훼할 수 있는 필자같은 자들 정도는 법의 이름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던 터가 아닌가.

<제니 주노> 주최측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아쉽다.

씨네 21 491호 (05년 2월 네째주)